[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73>내가 지향하는 데이터플랫폼은 어느 유형인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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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창업 환경도 크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변화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코 '비대면' 환경을 바탕으로 한 사업 계획이 크게 늘어나는 듯하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기업들조차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온라인 환경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다. 이제 막 새로이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팀들은 더더욱 오프라인 사업 구상을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데이터 경제다. 온라인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은 일상의 '대화'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뿐 아니라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 기업들 모두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부가가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플랫폼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사실 우리가 데이터 플랫폼이라 부르는 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플랫폼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플랫폼을 구분하는 방식과 기준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는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데이터 화폐화(Data Monetization)형 플랫폼이다. 일반적인 데이터 공유 형태로 자사가 보유하거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로부터 매출을 발생시키는 유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모델이 여기에 해당하며 향후에도 가장 크게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고객 정보를 익명화한 뒤에 수집하고 이를 가공해 다른 에너지 또는 유틸리티 기업들에게 판매 내지 공유하는 형태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국 지오(Geo), 네덜란드 농업회사 반덴보르네아답펠렌,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 형태다. 데이터 거래상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로서 데이터 판매기업과 데이터 구매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데이터 공급자와 사용자 간 데이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제공한 뒤 참여자 스스로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산업 데이터 플랫폼 형태의 플랫폼도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B2B 데이터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으로 제한된 수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된다.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무료로 교환되지만 데이터 구축에 따른 수수료나 부가적인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사용 대금은 발생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관련 항공 산업 내 회원기업 생산성 증대 등을 목표로 '스카이와이즈(Skywise)'라는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독일 트럭 제조사 만(Man)은 'RIO'라는 플랫폼을 형성해 회원기업의 효율성 제고와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기술 솔루션 제공형 데이터 플랫폼도 최근 크게 대두되고 있다. B2B 데이터 공유 생태계에서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 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솔루션을 데이터 사용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유지 보수 등을 통해 매출액을 올리는 일종의 제3자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다. 기술 솔루션 제공형 데이터 플랫폼은 데이터 사용자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웹이나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픈 데이터 형태로 자사가 보유한 B2B 데이터를 공개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특정 규제 때문에 제3자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개할 의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장려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제3자가 요구하는 파일 형식으로 데이터 포맷을 변경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도 있다. 오픈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에너지 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