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저작권 대리중개···고액 계약금 미끼로 '양도계약' 요구

높은 사용료(저작권료) 수취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리중개 업체가 고액 계약금을 내세워 권리자와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높은 사용료(저작권료) 수취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리중개 업체가 고액 계약금을 내세워 권리자와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높은 사용료(저작권료) 수취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리중개 업체가 고액 계약금을 내세워 권리자와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저작권을 양도받은 후 저작재산권자로서 고액 사용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는 물론 저작권자에게도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는 최근 대리중개 업체가 고액의 계약금을 내세워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리중개는 부동산 중개업체(대리중개)처럼 저작권자(집주인)를 대리하고 이용자(구매자)와 중개를 하는 업체다. 저작권 신탁단체처럼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행사할 수는 없다.

최근 한 대리중개 업체가 권리자와 3년~5년 단위로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저작권 양도 조건으로 권리자에게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권리자뿐만 아니라 권리를 상속받은 권리자의 가족 등을 대상으로 양도계약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권리자보다는 권리 상속자가 저작권에 어둡고 거액 제안을 통한 계약 체결이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작권 업계는 저작권을 양도받은 대리중개 업체가 양도 기간 동안 계약금의 몇 배에 달하는 사용료를 출판사 등 이용자에게 거둬들이려는 속셈이라고 보고 있다.

사용료가 오르면 이용자뿐만 아니라 권리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 고액 사용료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가 저작물 이용을 중단하면 권리자도 이용료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건전한 저작권 이용을 방해하고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뒤늦게 양도계약이 잘못됐다고 계약 파기를 요청할 경우 대리중개 업체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리중개 업체는 일정 기간이라도 저작권을 양도받아 저작재산권자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작권 전문가는 “대리중개 업체는 계약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결정하고 저작권 침해 발생 시 자신의 명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대리중개 업체가 문체부 장관 허가를 우회해 신탁업을 하는 것이므로 탈법적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비롯한 신탁단체들은 권리자들에게 피해 주의를 당부하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저협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리중개의 고객 사용료가 문제가 됐지만 불법은 아니었다”면서 “대리중개 업체의 저작권 양도는 불법 소지가 있는 데다 시장을 혼란시키고 신탁단체 존립에 위협을 가할 수 있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리중개 제도는 권리자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사용료와 수수료 규제가 없어 허가 받은 신탁단체 신탁사용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사용료를 받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저작권 양도계약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대리중개 제도의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