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통신미디어연구소, 5G+·6G로 메타버스 등 新미디어 눈앞에

통신과 미디어는 날이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는 영역이다. 통신은 국가 성장에 꼭 필요한 인프라다. 네트워크가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팔방으로 엮이는 초연결 시대는 더 빠르고, 지연 없는 통신기술이 필수다. 미디어와 콘텐츠는 통신을 기반으로 더욱 큰 꽃을 피우게 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 통신미디어연구소(소장 방승찬)가 이들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동안 수많은 가시적 성과를 거두며 우리나라 초연결·초실감 발전을 견인해 왔다. 지금도 지치지 않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가 이룬 새로운 성과, 당면 과제들을 세세하게 살펴본다.

◇5G+ 구현으로 '버티컬 산업' 활성화 기여…6G 준비도 본격화

통신과 미디어 두 분야를 놓고 볼 때 보다 기반이 되는 것은 통신이다. 훌륭한 통신기술이 갖춰져야 미디어도 힘을 받는다. 특히 5세대(5G)를 비롯한 이동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국가 성장 기틀을 마련한 우리나라는 향후 포스트 5G(5G+), 6G 이동통신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6G 기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특화(버티컬) 서비스 영역
6G 기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특화(버티컬) 서비스 영역

5G 이동통신이 현재 산업계는 물론 우리 일상에도 스며들어 보편화되고 있는데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 이동통신연구본부가 활용도를 더욱 높이는 연구에 착수, 많은 성과를 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 5G+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곧 우리 생활상 곳곳에 적용된다. 다양한 산업별로 특화된 '버티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미 확보했거나 개발 중인 기술로는 이동체용 5G 통신인 5G 무빙 네트워크, 산업현장에 특화된 5G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5G 스몰셀(소형 기지국), 5G 무선장치(O-RU), 공중이동체 기반 이동통신 인프라 제공 기술 등이 있다.

영국과 국제공동연구로 구현한 이동체용 5G 통신은 서울지하철 8호선에서 시연회까지 마친 기술이다. 5G 무빙 네트워크 기술은 국내 대학과 캠퍼스 무선망 구축 시범사업에 적용될 계획이다.

스몰셀은 이미 5G 뉴라디오(NR) 종속모드(NSA) 스몰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 5G 특화망 시범서비스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는 3.5기가헤르츠(㎓) 대역을 지원하는 5G 스탠드얼론(SA) 스몰셀 SW를 개발, 32개 상용단말 동시접속을 시연할 예정이다.

6G 핵심기술 개발사업 구성도
6G 핵심기술 개발사업 구성도

6G 연구도 서두르고 있다. ETRI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이동통신 3사, 삼성전자 등이 함께하는 '6G 핵심기술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있다. 당연히 이동통신연구본부가 중요 역할을 한다. 테라비피에스(Tbps)급 무선통신 기술, Tbps급 광통신 인프라 기술, 테라헤르츠(㎔) 대역 무선주파수(RF) 핵심 부품, ㎔ 대역 주파수 개척 및 안전성 평가 기술, 3차원 공간 위성통신 기술, 3차원 공간 이동통신 기술, 종단간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 지능형 무선 액세스 기술 등을 참여 기관 및 ETRI 다른 부서와 함께 개발한다.

6G 서비스 영역
6G 서비스 영역

◇통신 실시간성 구현에 최선…위성 활용한 6G 대비 '구슬땀'

이동통신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본래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특히 초저지연 기술을 통한 실시간성 확보가 난제다. 미래는 실시간성이 현재보다 훨씬 강조된다. 특히 원격산업제어, 진료, 자율사물 주행 판단 등은 사람 안전과 직결돼 실시간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이동통신 무선 영역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무선 전체 네트워크의 처음과 끝까지 실시간성이 유지돼야 한다.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 네트워크연구본부와 이동통신연구본부가 이를 위해 '유무선 종단간 초실감 통신 인프라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지연, 속도, 연결성 한계를 극복했다.

TSN(Time-Sensitive Networking), DetNet(Deterministic Networking) 등 지연 시간을 줄인 '시간확정형 네트워킹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트래픽 혼잡 상황을 방지해 지연을 최소화하고, 전송경로상 장애 발생시에도 트래픽을 무손실 전달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40기가급 DetNet/TSN 기반 패킷 전달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서울-대전 왕복 430㎞ 구간에서 초저지연·다중장애 무손실 전송 성능을 검증했다.

이들은 250마이크로초 초저지연 광액세스 및 슬라이싱 기술도 확보했다. 광섬유를 추가하지 않고도 통신국사까지 20㎞ 내 액세스망 트래픽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기술이다.

5G IIoT 기술분야에서도 3GPP 관련 표준화를 주도하며 표준특허와 무선 구간에서 1만분의 5초 이하 전송 지연 및 99.9999% 전송 신뢰도를 제공하는 저지연·고신뢰 핵심기술 확보, 기술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개발에 성공했다.

대전-경산간 스마트공장 원격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정밀 제어 서비스 실증 구성도
대전-경산간 스마트공장 원격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정밀 제어 서비스 실증 구성도

이들 기술은 종합적으로 국내, 글로벌 실증하는 계획도 있다. ETRI가 위치한 대전에서부터 경산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모델 팩토리까지를 잇는 초저지연 유·무선 실증망을 구축하고, 대전에서 원격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정밀 제어를 하는 서비스 실증을 올해 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내년 3월에는 핀란드 오울루대와 대륙 간 통신 인프라를 연결해 글로벌 규모 실시간 원격 감시·제어 서비스 시연을 할 계획이다.

위성을 활용해 미래 6G를 대비하는 연구도 있다. 전파위성연구본부는 5G 대비 통신 가능 영역과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위성 및 ㎔ 대역 선행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성과로는 차량에 탑재해 이동하며 전파 특성과 전송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260㎓ 대역 송수신기와 안테나 시스템을 개발했다. 직경 3㎝ 이하 크기 안테나로 35데시벨(㏈)이 넘는 높은 이득(안테나가 전기를 전파로 변환하는 효율)과 3도 이상 빔폭을 확보했고, 이를 이용해 기지국과 이동하는 차량 간 2기가비피에스(Gbps) 이상 전송속도를 확인했다.

향후 안테나와 송수신기 수를 늘리고, 시뮬레이션으로 확인된 '가시선 다중 안테나(LOS MIMO) 기술'을 적용해 고속 이동 중인 차량 내에서 100Gbps 이상 무선통신이 가능한지 시험한다.

◇메타버스 시대 대비한 부호화·전송기술 IPR 확보

미래 미디어는 사용자가 가상과 현실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최근 각광 받는 '메타버스'와 같은 초실감 미디어와 콘텐츠가 현실과 가상의 벽을 허문다.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려면 수십 테라급 미디어 데이터가 필요하다. 초고압축 부호화 기술과 초대용량 전송기술이 필수다. ETRI 통신미디어연구소 미디어연구본부는 이미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제표준에 반영하고, 핵심 지식재산권(IPR)을 확보한 상태다.

MPEG HEVC(High Efficiency Video Coding), USAC(Unified Speech and Audio Coding) 표준에 반영한 IPR를 기반으로 340억원 로열티 수입을 창출했으며, 최근 표준화를 완료한 MPEG VVC 표준에도 다수 기술을 반영했다.

또 미디어 부호화 압축한계 극복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으며, 컴퓨터 비전 학회 CVPR의 AI 기반 영상 압축 기술 경진 대회(CLIC)에서 2019~2020년 연속 1위 성과를 거뒀다. AI 음향 인식 대회인 DCASE에서 지난해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ETRI 연구진의 2020 CVPR CLIC 경진대회 1위 상장
ETRI 연구진의 2020 CVPR CLIC 경진대회 1위 상장

초대용량 미디어 전송기술 분야에서는 두 개 이상 방송 신호를 서로 다른 계층으로 나눠 전송하는 계층 분할 다중화(LDM)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다중화 기술보다 4~9㏈ 우수하다. 하나의 주파수만으로 고정 UHD, 이동 HD 방송을 동시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세계로부터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아 'ATSC 3.0' 대표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으로도 채택됐다.

ATSC 3.0 표준기술 관련 여러 가구가 TV를 동시 시청할 수 있는 UHD 공시청 신호처리 기술, ATSC 3.0 방송망 구축에 필수인 단일주파수망(SFN) 설계·분석 기술, 방송 전파 음영지역을 해소할 수 있는 ATSC 3.0 동일채널 중계기 기술도 개발했다.

앞으로는 초실감 메타버스 생성을 위한 '이머시브 영상' 획득 및 재현 기술, 완벽한 공간 영상을 제공하는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 AI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 지능화 기술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셜 리얼리티를 지향...실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상 구현 나선다

통신미디어연구소 콘텐츠연구본부는 메타버스 기술과 관련 초사실적 공간과 사용자를 생성해 가시화하고 오감 상호작용을 가능토록 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광각 영상 촬영 카메라 위치와 자세를 정밀하게 복원, 실공간을 그대로 반영한 메타버스 배경공간을 생성하는 기술 개발을 먼저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을 보다 자연스럽게 메타버스에 적용할 수 있다.

눈으로 직접 주변 사물을 인식하듯 생생한 입체 영상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도록 돕는 '비정형 플렌옵틱 입체 영상 콘텐츠 제작 기술'도 있다. 양안 및 운동시차, 초점 조절, 6자 유도 등을 모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VR 실감형 소방훈련 시뮬레이터
VR 실감형 소방훈련 시뮬레이터

'VR 실감형 소방훈련 시뮬레이터'로 화재 현장과 동일한 VR 환경을 구현해 실감나는 소방훈련을 가능하게 했고, 경량화 딥러닝 기술로 모바일 환경에서 다양한 실물 객체를 인식해 지능형 AR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량 딥러닝 기반 지능형 모바일 AR 기술'도 만들었다.

이밖에 자율 진화하는 AI 플레이어 운용으로 사람과 게임 AI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기술도 확보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스페이셜 리얼리티(Spatial Reality)'다. 기존 VR과 AR를 뛰어넘어 메타버스상에 실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상을 구현,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코자 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