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지는 실리콘 음극재'…합작사 설립·공급 확대 등 경쟁 가열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이차전지와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음극재로 '실리콘 음극재'가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 및 충전 시간 개선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이 소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음극 소재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이하 그룹 14)'와 합작사(가칭 SK 머티리얼즈 그룹14)를 설립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75%, 그룹14가 25%다. SK머티리얼즈는 약 60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합작사는 국내 마련될 예정이다.

그룹14 홈페이지 캡쳐
그룹14 홈페이지 캡쳐

그룹14는 2015년 설립된 배터리 소재사로 알려졌다.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곳이라고 SK머티리얼즈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실리콘(Si)-탄소(C) 복합 구조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2월 그룹14에 1300만달러(약 142억원)를 투자해 지분율 10.3%를 확보하고 3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는데, 이번에 합작사까지 세우게 됐다.

같은 그룹에 속한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양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3년 양산이 목표다. 생산능력은 연 2000톤을 계획 중이다.

SK머티리얼즈 영주 본사 전경 <사진=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 영주 본사 전경 <사진=SK머티리얼즈>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들던 SK머티리얼즈가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가 새로운 먹거리로 실리콘 음극재를 선택한 건 실리콘 음극재가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에서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음극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을 보급하는 양극재 용량 확대에 따라 음극재도 늘어야 한다.

이론상 흑연 계열 음극재는1g당 용량 한계가370mAh내외. 이를 실리콘 계열 물질로 대체하면1g당 용량을1500mAh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을 기존보다 4배가량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또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부풀림(스웰링) 현상과 배터리 수명 단축이 단점이었으나 이를 개선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단, 실리콘만 사용해 음극재를 제조할 수 없고 흑연에 약 5~10%의 실리콘을 첨가하며, 점차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

실리콘 음극재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폭스바겐그룹 전기 스포츠카 '포르쉐 타이칸' 배터리에 탑재됐다.

이 실리콘 음극재는 대주전자재료가 공급했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만들었다. 타이칸을 통해 실리콘 음극재의 성능이 확인되면서 더욱 각광 받기 시작, 차세대 음극재로 실리콘 음극재 확보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대주전자재료는 LG와 협력 확대 및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국내 대표적인 음극재 업체인 포스코 케미칼도 실리콘 음극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외 FIC신소재, 에너베이트, 네오배터리 등도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