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4차 산업혁명과 의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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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4차 산업혁명과 의사 역할

요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딥러닝, 블록체인 등은 분야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주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빅데이터 전문가, 개발자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내가 몸담은 의학 분야도 말할 것 없다. 의사가 되기 위한 꿈을 꿨을 때만 해도 상상하던 의사 모습은 평생 책상에 앉아 환자를 만나고, 진찰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전통 진단 방식을 넘어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고 영상사진 판독에 학습된 AI 소프트웨어(SW) 도움을 받으며, 중환자실에서는 환자 응급상황 발생을 조기에 예측한다. 이 추세라면 미래 진료체계는 지금과 비교해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가 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지에서 기인한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AI 의사가 실제 의사보다 진단의 정확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것을 넘어 미래에는 의사란 직업이 사라진다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들렸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실체도 없는 SW가 대체할 수 있다고?”라며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빅데이터와 AI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니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신생아 중환자의학을 하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대체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때문에 미래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 생존을 위해 무턱대고 뛰어들어 보았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컴맹 의사의 고군분투가 시작이었다. 물론 임상의사는 도메인 전문가로의 역할이 있지만 역할 경계의 명확한 가늠이 안 된 상황이었다. 여전히 고군분투이긴 하지만 맹목적인 두려움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관련 의료 분야에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지만 의사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을 듯하다.

AI가 인간 의사를 대체하든지 말든지 중요하지 않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이라면 용인됨이 마땅하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 좋은 알고리즘, SW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진단과 치료 결정에 신속함과 정확도를 높였더라도 이는 진료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주객을 전도할 수는 없다. 이유는 생명 현상은 복잡한 상호관계를 통해 이뤄지며, 결정 하나하나가 책임과 의무를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의학에서 아직도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존재한다. 의학이란 학문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사가 되고 나서 가장 크게 충격 받은 부분이다.

같은 개체가 같은 증상과 문제를 가지고 와서 같은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의사에 따라 다양한 처방과 의사결정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행해지는 진료에 대한 다양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임상 연구가 진행됐고, 이를 토대로 현대의학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더욱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 형성돼 있는 라포(상호신뢰관계)는 AI 의사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의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환자를 더 잘 보기 위해, 진료의 질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근거가 검증된 여러 디바이스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하고 빅데이터나 AI 등 기술을 활용해서 근거를 쌓는 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면 더 효율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가 내리는 결정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가 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운명이다. 미래에 AI는 나의 의사결정을 위한 하나의 다양한 도구로 이용될 것이다.

최진화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choijinwh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