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세상 밖으로'...지상 100km 우주 비행 성공

버진그룹 이어 블루오리진 참전…불붙는 '민간 우주여행' 경쟁

블루 오리진이 첫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발사기지에서 이륙하는 '뉴 셰퍼드' 로켓. 사진=블루 오리진
블루 오리진이 첫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발사기지에서 이륙하는 '뉴 셰퍼드' 로켓. 사진=블루 오리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이 민간인 승객을 대상으로 첫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 시험 비행에 성공한 지 단 9일 만이다.

블루 오리진 '뉴 셰퍼드' 로켓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0일 오전 9시 12분(한국시간 20일 밤 10시 12분) 텍사스 서부 벤혼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발사기지에서 이륙했다.

지상에서 발사된 로켓은 75km 지점에서 캡슐을 분리,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km '카르만 라인(Karman line)' 위까지 올라갔다. 탑승객들은 약 3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며 캡슐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으로 우주 경관을 즐겼다. 여행을 마친 캡슐은 이후 자유 낙하하다 낙하산을 펼쳐 서부 텍사스 사막에 안착했다. 발사 순간부터 낙하산 착수까지 약 11분이 걸렸다.

20일(현지시간) 블루 오리진이 고도 100km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블루 오리진
20일(현지시간) 블루 오리진이 고도 100km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블루 오리진

베이조스는 2000년에 블루 오리진을 설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뉴 셰퍼드 로켓과 캡슐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왔다. 설립부터 우주여행 실현까지는 약 20년이 걸린 셈이다.

이날 블루 오리진의 첫 번째 유인 비행에는 총 4명이 탑승했다.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196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프로그램 중단으로 꿈이 좌절된 82세의 월리 펑크, 경매로 탑승권을 낙찰받은 첫 번째 유료 고객 18세 예비 물리학도 올리버 데이먼이다. 펑크와 데이먼은 이번 비행으로 각각 역대 최고령·최연소 우주인이 됐다.

우주비행에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사진=블루오리진 트위터
우주비행에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사진=블루오리진 트위터

뉴 셰퍼드는 캡슐 형태의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이다. 60피트(18.3미터) 높이의 자율 조종 로켓과 유인 캡슐로 구성됐으며, 부스터와 캡슐 모두 이번 비행에 앞서 두 차례 사용됐다. 뉴 셰퍼드 로켓에는 조종사가 따로 없다. 지상에서 제어되는 완전한 자율조종 시스템이다.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 상품은 지구 상공 100km,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의 경계로 정의한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가는 것이 핵심. 경쟁사 버진 갤럭틱보다 높은 고도다.

뉴 셰퍼드. 사진=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사진=블루오리진

앞서 '준궤도 우주관광 1호' 타이틀을 가져간 버진 갤럭틱의 비행은 그 방식이 다소 다르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탑승한 우주선 '유니티'는 지난 11일 모선(母船) 항공기 '이브'에 실려 13.6km 상공에 도달, 이후 모선에서 분리되며 상공 88.5km까지 올라갔다.

버진 갤럭틱의 성공적인 비행에도 불구하고 블루 오리진은 이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블루 오리진은 "세계 인구 96%의 우주는 100km 위부터 시작된다"며 뉴 셰퍼드 로켓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버진 갤럭틱 우주선에 조종사를 비롯한 버진그룹 직원들만 탑승한 점도 지적하며 진정한 의미의 '민간 우주관광'이 아니라고 평했다. 저격을 받은 버진 갤럭틱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연방항공청(FAA) 모두 고도 80km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본다는 점을 들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블루오리진은 트위터를 통해 버진갤럭틱 우주여행 상품을 공개 저격했다. 표 왼쪽 블루오리진, 오른쪽 버진갤럭틱. 사진=블루오리진 트위터
블루오리진은 트위터를 통해 버진갤럭틱 우주여행 상품을 공개 저격했다. 표 왼쪽 블루오리진, 오른쪽 버진갤럭틱. 사진=블루오리진 트위터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우주산업을 키운다. 우주관광 비즈니스는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까지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면 활기를 띤다.

비싼 티켓값도 화제다. 이날 뉴 셰퍼드에 탑승한 18세 데이먼은 본래 경매에서 자리를 2800만달러(약 320억원)에 낙찰받은 익명의 자산가가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포기하면서 기회가 주어졌다. 블루 오리진은 데이먼이 얼마에 티켓을 낙찰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블루 오리진의 민간인 승객을 태운 다음 비행은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초로 예상된다.

한편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이미 600여명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았다. 왕복 우주선 티켓 가격은 장당 20만~25만달러(2억3000만~2억8000만원)로, 올해 몇 차례 추가 시험 비행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일반 승객들을 태운 상업용 우주 관광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일반인을 태운 비행에 나선다. 오는 9월 일반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한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더 먼) 우주 궤도까지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을 한 번에 저격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