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1번가, 직매입 사업 다시 키운다

상품소싱 MD·물류 별도조직 꾸려
이상호 사장 산하 직속으로 편제
아마존 협업 앞두고 몸집 키우기 집중
쿠팡·SSG닷컴과 정면 승부 펼칠 듯

11번가
11번가

11번가가 직매입 사업을 다시 강화한다. 그간 직매입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커머스 포털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아마존과의 협업을 앞두고 직매입으로 몸집을 키워 쿠팡, SSG닷컴 등과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리테일(직매입)과 물류 전담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그간 각 사업팀에 산재돼 있던 상품 소싱 MD와 물류 담당을 별도 조직으로 개편하고, 이상호 11번가 사장 산하 직속으로 편제했다.

직매입과 물류 사업을 이끌 조직장도 티몬과 LF에서 영입했다. 그중 물류 담당은 LF 이전 쿠팡에서 풀필먼트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다. 현재 조직을 구축하는 단계로, 추가 실무자를 충원해 직매입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서비스전략 태스크포스(TF) 중심으로 직매입 전략 수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물류센터도 확충한다. 올해 초 이천물류센터 문을 닫으며 남은 배송 거점은 파주 한 곳과 우체국택배와 협업한 대전우편물류센터 정도다. 현재 11번가는 수도권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물색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사업 비중은 여전히 오픈마켓이 큰 상황으로, 직매입 사업을 강화하려는 것은 맞다”면서 “이제 막 조직을 세팅하는 단계로, 구체적 사업 전략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최근 몇 년간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내실 경영을 펼쳐 왔다. 오픈마켓과 영상 커머스에 집중하기 위해 비효율 직매입 사업은 축소한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3년 전부터 신선식품 직매입에서 발을 뺐고, 직매입 전용센터였던 이천물류센터 계약도 종료했다. 2023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출혈경쟁 대신 흑자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e커머스 시장이 급변했다. 쿠팡이 직매입 서비스 로켓배송을 앞세워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당장의 수익보단 거래액을 늘려 몸집을 키우는 게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11번가가 다시 직매입으로 방향 전환에 나선 것도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자금 투자 등 전폭적 지원 의지도 반영됐다.

SKT 11번가x아마존
SKT 11번가x아마존

이번 직매입 강화는 아마존과의 협업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11번가는 3분기에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를 연다. 11번가에서 아마존 글로벌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통합 멤버십 및 구독 서비스 개발, 배송 강화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SKT는 11번가 사업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11번가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아마존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 글로벌 스토어 등 양사 협업 결과에 따라 아마존에 넘길 11번가의 주식 규모가 달라진다. 지금의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 구조가 아마존과의 시너지를 높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상반기 내내 배송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다. 우체국과 협업해 익일배송을 시작했고, SLX택배와 손잡고 당일배송도 선보였다. 이보다 앞서 2월에는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 주요 주주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제휴로 배송망을 넓히고 직매입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