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헬스케어 사업' 잰걸음

최근 6곳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획득
교보생명 등 4곳 내달 초 최종 승인 앞둬
한화생명, 금융당국서 '기관경고' 받아

보험사 '헬스케어 사업' 잰걸음

헬스케어가 보험업계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화생명이 암초를 만났다. 최근 금융당국이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규제를 완화하면서 보험사의 다양한 사업 진출 기회가 열렸지만, 한화생명은 금융당국 중징계로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 생명·손해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승인을 획득한 가운데 이르면 내달 초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 현대해상, DB손해보험 4개사 역시 최종 승인을 앞뒀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 이후 보험사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이 전면 중단된 지 4년여 만이다.

현재 현대해상과 DB손보의 경우 심평원 심사를,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는 IRB 심사를 각각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IRB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운영하는 위원회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할 때 윤리·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첫 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10개 생보사·손보사는 지난 5월 업계 공동으로 IRB에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관련 '연구계획서 및 심의면제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시작으로 보험사 신사업 진출 기회도 열렸다.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가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자회사나 부수업무 방식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취지에 맞게 우선 고령자·유병력자 전용상품 개발과 보험료 할인 등에 나설 계획을 밝혔지만, 업계는 향후 헬스케어 회사 설립 등 고도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회사 설립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해외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예컨대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와 중국 핑안보험 등은 운동용품과 영양·건강식품, 디지털 건강기기 등을 판매하는 '헬스몰'을 자회사 방식 등으로 영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KB손보와 신한라이프 등이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에 이어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규제까지 완화하면서 보험사로선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다”면서 “이미 해외에선 보험사가 헬스케어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국내 보험사도 이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계 문제도 속속 해소되면서 신사업 진출에도 자유로워졌다. 최근 금융당국은 교보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대해 경징계와 일부 과태료 부과를, 삼성생명의 경우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들의 모임)와 보험금 미지급건을 두고 전격 합의해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 보험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이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 신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대주주와 거래제한·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 등이 문제가 됐다. 한화생명은 올해 초 이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화생명의 경우 헬스케어 자회사 등 설립이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최근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배달노동자 등 긱 이코노미 종사자 대상으로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지만, 전략 및 노하우 부재로 사업을 계열사로 넘길 예정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