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바탕 웃음으로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 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

1989년 가수 이선희가 부른 '한바탕 웃음으로'의 첫 소절이다. 1980년대 586세대의 젊은 시절 상처와 눈물을 위로한다. 세월이 30년 넘게 흘렀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도 들려주고픈 노래다.

지금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뜻의 '이생망'이라는 표현을 쓰며 허탈감에 쓴웃음을 짓는다.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과 이와 반대로 줄어드는 일자리,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청년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의 실업자 증가 현황은 청년들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한 홍대거리.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한 홍대거리.

1980년대 젊은 시절에 아픔을 노래했던 586세대는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청년을 외치고 있다. 4·7 재·보선에서 그동안 고통받던 청년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표심을 행사하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역할이 클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을 방문하고 프로게이머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행은 여전히 구태정치를 벗지 못하고 있다. '생태탕'과 '도쿄 아파트'만 남았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이번 대선 역시 어느 후보가 더 악취를 많이 풍기는지를 검증하는 마타도어식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나라를 다시금 성장으로 이끌 동력을 갖춘 자여야 한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번 대선만큼은 차선이 아니라 가장 잘 준비되고 일 잘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바탕 웃음으로'는 곡 말미에 젊음의 한숨과 상처가 사라지는 세상을 꿈꾼다. 지금 대선 주자들이 586세대의 한숨과 상처를 말하기보단 MZ세대의 꿈을 함께 노래하길 바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