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전환 시대, 의료 서비스 규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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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디지털 전환 시대, 의료 서비스 규제의 진화

비대면 진료 건수 '210만'. 국내 의료서비스 업계는 '디지털로 전환' 중이다. 지난해 2월 정부의 행정명령과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비대면 진료가 일시 허용되면서 다수 기업이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등 디지털 기반 의료 서비스를 내놓았고, 누적 소비자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일시 허용'일 뿐 안정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의료진과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가 협조, 신속하게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이 '약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광고를 공개하면서 대한약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앱 기반 비대면 진료로 발기부전 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필수인 제조약을 배달한다는 광고로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서 약 배달은 물론 디지털 기반의 의료 서비스 전반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비대면 진료서비스 제공 주체를 의료기기 인증 솔루션으로 한정했다면 의료기기 광고 사전 심의라는 기존 규제를 통해 미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규제 가이드가 빠르게 마련되지 않아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한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약 배달은 비대면 진료의 연장선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의 당연한 순서다. 비대면 진료 건수가 210만건을 이미 돌파한 지금 필요한 논의는 디지털 기반의 의료서비스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기존 규제가 잘 작동할 수 있는 가이드를 신속히 마련하고 빈틈을 찾아 새로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해답을 위해선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핫이슈로 떠오르게 됐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건강보험 납입자는 매년 줄고 사용자는 늘어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건강보험 예산 70조원 중 43%를 사용하고, 이 비율은 매년 10% 이상 증가해 건강보험 고갈을 우려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다지기 위해 디지털 헬스 도입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2월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서 활용하는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방안'을 수립·발표했고, 지난달 국무조정실은 국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 규제를 개선하는 '규제챌린지' 검토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원격 제조 및 약 배달 서비스 제한 허용 등을 선정했다.

정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다잡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나 의료계, 산업계, 환자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견해 차로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고 더디게 진행됐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헬스 도입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내국인(2월) 및 재외국민(6월) 대상 비대면 진료가 한시 허용되면서 코로나19로 귀국이 어려운 재외국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해 한국에 있는 의료진에게 진찰 및 처방을 받는 등 자발적인 수요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교외 지역에 소외된 어르신이 먼 길을 떠나지 않고도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활용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흐름은 어떨까.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비대면 진료 시장 규모는 약 37조원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약 14.7%씩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가 중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 중이며, 특히 미국은 2000년 이전부터 관련 산업을 크게 확장해 2019년 관련 시장 규모가 2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유효한 수준의 소비자 경험을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 더욱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할 때다. 의료계, 산업계, 환자단체 등이 의견을 모아 각 이해당사자에게 디지털 헬스의 효용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규제 개선과 신설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의료서비스 업계의 디지털 전환 흐름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 요구다. 국민은 충분히 비대면 서비스 학습 과정을 거쳤으며, 젊은 의사는 의사 면허를 따고 바로 개원하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환경에서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며 진료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의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의료인이 진료 행위와 더불어 수익구조 개편까지 고려한 섬세한 정책설계가 뒷받침된다면 그 지점이 의료계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이사 sj.song@lifesemantic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