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하반기 '新 신용평가모형' 쏟아진다

주요 은행, 非금융데이터 기반 자체 개발
신파일러·소상공인 대상 포용금융 실천
중·저신용자 주 고객 저축은행도 가세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본격화 전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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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하반기부터 대안 신용평가모형(CSS)을 자체 개발해 신규 도입하거나 적용 범위를 확대·고도화하는데 나선다. 상대적으로 대출 소외계층에 있던 신파일러와 소상공인·개인사업자를 위한 포용 금융을 실천하는 동시에 중금리 대출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도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저마다 더 촘촘하고 고도화한 CSS를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 올 하반기 금융권의 비금융 데이터 기반 CSS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새롭게 비금융데이터 기반의 대안 CSS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대안 모형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KB국민은행은 소상공인에 특화한 CSS를 개발했다. 올 연말까지 평가시스템을 적용, 소상공인 금융 지원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머신러닝 기반의 소매 신용평가 전략 모형을 개발, 적용했다. 부동산 자산, 외부통신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신파일러를 포용하고 신용평가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KB금융 계열사 정보를 포함한 통장 적요, 사업성 분석, 상권 정보, 고객리뷰 정보 등을 활용한 소상공인 특화 모형을 추가로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9월 중 개인 대상 대안 CSS를 적용할 계획이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안 모형도 개발, 연내 적용하기로 했다. 연금납부 정보, 통신요금 결제, 소액결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CSS로 포용하지 못한 고객층을 더 정확하고 세분화한 지표로 다시 적용, 변화하는 대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오는 9월을 목표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안 모형을 도입키로 했다. 이미 통신정보를 이용한 대안 모형을 적용했고 9월까지 부동산, 매출 추정 데이터와 가맹점 정보 등 다양한 대안 정보를 활용한 모형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상 CSS를 올해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에 도입한 머신러닝 기반의 개인고객 대상 모형은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해서 신파일러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부터 통신·유통정보와 가맹점 정보 등을 활용한 대안 CSS를 개인사업자에 적용하고 있다. 비씨카드 가맹점 정보를 머신러닝으로 평가모형에 반영했다. 매출 성적이 좋지만 업력이 짧거나 금융사 거래 이력이 부족해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우량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 효과가 있다.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를 위한 비대면 중금리 CSS에는 통신료 납부 정보, 연체 이력 등 통신 정보를 추가 적용했다.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층인 저축은행도 기존에 운영해 온 대안 CSS를 한 단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시중 대형은행까지 가세하면서 핵심 고객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가 주 대출 고객층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모형을 자체 개발해서 사용함으로써 고객의 상환능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하는 데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상위 저축은행 중심으로 평가 모형을 더 넓고 촘촘하게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자체 평가 모형에 축적한 고객 신용평가 정보를 바탕으로 사이다뱅크를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마련했다. 대출 금리는 나이스 신용등급으로 결정되고 대출 한도는 자체 평가모형으로 정해지는 구조다.

이외에 OK, 웰컴, JT, KB 등 저축은행도 자체 CSS를 구축하고 통신·보험료 납부 이력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찾는 주 고객은 시중은행의 깐깐한 신용평가 기준을 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예전부터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 대안 CSS를 구축했고, 이의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