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내려놓은 김정주..."새 투자처 발굴"

가상자산 사업 구상·인재 양성 주력
등기이사 유지…주요 의사결정 참여
넥슨 매각 재추진 위한 포석 분석도
NXC 신임 대표에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

김정주 넥슨 창업주(왼쪽)와 이재교 엔엑스씨(NXC) 신임 대표
김정주 넥슨 창업주(왼쪽)와 이재교 엔엑스씨(NXC) 신임 대표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16년 만에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대표에서 물러났다. 사내이사와 NXC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김 창업주는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미래 사업 발굴과 인재 양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넥슨 매각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XC는 29일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 창업주는 사내이사로 재임하며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

김 창업주는 “이 대표는 넥슨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아 NXC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수행하는데 최적 인물”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회사를 성장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보탬을 주는 기업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대표는 23년간 김 창업주과 함께 하며 '김정주의 복심'으로 불린 인물이다. 이 대표는 “창의와 혁신으로 산업을 이끌어 온 김정주 대표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NXC가 지속적으로 추구한 미래에의 도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NXC는 넥슨이 2005년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순환출자 방식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겼다. 산하에 넥슨 산하 계열과 NXMH 등 투자전문 기업,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는 NXCL, 레고호환 블럭 제조사 소호 브릭스, 가상자산과 연관 있는 코빗, 비트스템프, 아퀴스를 비롯해 버진아일랜드 소재 NIS, 김 창업주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와이즈키즈 등을 두고 있다. 연결대상 종속기업 수가 92개에 이른다.

앞으로 김 창업주는 혁신산업 발굴을 위한 투자와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는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이 신산업 중개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창업주는 2017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 거래소 비트스템프를 품었다.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해 트레이딩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MZ세대를 대상으로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서비스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투자 대상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올해는 1100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매수한데 이어 2070억원 규모 비트스탬프 홀딩스 자본 증자에 참여했다. 아퀴스는 40억 상당 가상화폐를 추가 취득하는 등 88억원 규모 가상화폐를 사들였다.

NXC 대표 교체가 넥슨 매각 재추진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창업주가 와이즈키즈만으로도 새로운 투자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창업주는 2019년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 매각을 시도했다. 10조원 이상이 거론된 몸값에 불발됐다. '던전앤파이터' 외 강력한 캐시카우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허민 고문을 영입하고 '페리아연대기' '드래곤하운드' 등 진척도가 높았던 게임 개발을 중단하며 체질을 개선했다. 지난해 넥슨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고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8% 끌어올렸다.

김 창업주가 2013년 넥슨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후 게임사업 관여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김 창업주는 이후 투자와 병원설립, 아동 교육 등에 주력하다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을 계기로 넥슨재팬 등기이사도 사임했다.

김 창업주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CX 대표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