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공정위 vs 방통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강병준의 어퍼컷]공정위 vs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새로운 규제법안 발의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의례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불편한 속내를 공개적으로 내비칠 정도로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두 기관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상정돼 1년 만에 가까스로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7개 법안이 발의돼 운영위원회에서 단일 법안으로 조정, 수차례 조율 과정을 거쳤지만 진통을 겪었다. '온라인 플랫폼법'도 마찰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방통위는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따로 발의한 상태다. 1년이 넘었지만 두 기관은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하염없이 국회에 묶여 있다.

표면적인 갈등 배경은 '중복규제'다. 이미 규제 법안이 존재하는데 비슷한 다른 법을 만드는 게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두 기관이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규제로 기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기업은 많지 않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결국 법안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해석이다. 겉으로는 중복규제를 이야기하지만 따져보면 법안 관할을 놓고 벌이는 '기 싸움'이다. 당사자들은 “아니다”라며 펄쩍 뛰지만 '밥그릇 싸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와 방통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양쪽 모두 규제기관이다. 해석에 따라 중첩될 수 있는 법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규제 법안은 형태와 분야만 다를 뿐 기존 법으로 엮으면 얼마든지 자기 쪽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 수 있다. 두 기관이 이미 오래전에 조정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물론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교환 수준이어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정부 부처끼리 힘겨루기는 태생적 문제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시너지와 화합을 주장하지만 공무원 생리를 모르는 이야기다. 관료사회는 법과 예산에 따라 움직인다. 법은 공무원의 활동 범위를 규정하며 배타적 속성을 갖는다. 게다가 규제법이다. 규제 권한은 공무원의 존재 기반 및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한목소리로 규제 철폐를 강조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공무원 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작은 정부가 그나마 해법이지만 통치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결정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두 기관의 알력을 무작정 해결되기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중복규제가 아니라 과잉규제로 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긴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더욱이 샅바싸움은 전통산업보다 떠오르는 신산업과 관련한 법안에서 흔히 발생한다. 신산업은 시장혁신에서 꽃이 피는 법이다. 혁신을 기치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달려가는데 줄줄이 법과 제도가 발목을 잡는다면 사회적 총효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와 시장 역동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규제를 최소화할수록 시장은 살아난다. 공정위와 방통위 설립 목적은 경쟁 제한적 거래 관행과 독점 시장구조를 없애는 데 있다. 결국 공정한 거래 관행을 통한 시장경제 체제의 원활한 작동에 있다. 다툴 때 다투더라도 설립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립 취지를 망각한다면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