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반도체 '기회와 위기'

올 2분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여실히 입증됐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 1위 왕좌를 탈환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10분기 만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서버와 PC용 D램 수요가 폭발한 덕이다.

최근 시장의 우려가 컸던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도 재확인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30.47%로, 직전 분기보다 무려 12.74%포인트(P)나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 상승 추세도 만만치 않았지만 30%대의 벽은 넘지 못했다. 결국 양산 경쟁력에서 이 같은 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공정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원가 절감 등 수익 개선 효과를 극대화했다.

삼성전자의 경이적인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기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 요인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인텔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텔은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을 내놓고 파운드리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도체 왕좌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인텔과의 정면 대결은 지금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미세공정과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기술 초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시의적절한 대규모 투자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투자 행보는 이전의 과감함과 거리가 멀다. 위기가 곧 기회임을 확인했듯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 되풀이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