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SMP, 100원대 진입 눈앞…한전 실적 악화 경고등

이달 ㎾h당 94.64원, 9개월 만에 갑절
연료비 상승 영향 '4100억 적자' 전망
여름 전력판매 급증에 실적 조정 관측도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발전사와 한국전력 수익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h당 1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두 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유가 등 원료구입비가 SMP를 올리고 있다. SMP가 오르면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공기업 수익은 증가하지만 한전 수익은 감소한다. 한전은 연료구입비 상승을 반영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올해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가중평균 SMP(육지 기준)는 ㎾h당 94.64원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 가격으로 거래된 SMP는 ㎾h당 99.32원에 달했다. SMP가 ㎾h당 100원을 넘어서는 것을 목전에 뒀다. 지난해 11월 월평균 SMP가 ㎾h당 40원대까지 폭락했던 것과 비교해 9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세계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기가 되살아났고, 유가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비가 대폭 상승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세계적 탄소중립 대응 기조로 인해 유전 개발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대응 기조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전개발이 어려워진 형국”이라면서 “유가가 오르니 석탄 가격도 오르고 전반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SMP는 한전이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 가격이다. 석탄발전·원전 외 일반발전기에 대해 거래시간별 전력량에 적용해 계산한다. 통상 수개월 시차를 두고 유가가 반영된다. SMP가 상승하면 한전이 실적에 부담을 받고, SMP가 하락하면 발전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에는 SMP가 이례적으로 하락하면서 발전공기업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료구입비가 상승하면서 한전 실적이 대폭 하향될 예정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41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료구입비 하락으로 4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를 전기요금과 연동하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이 ㎾h당 -3원을 기록한 이후 3분기까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 실적이 2019년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전은 2019년 1조2765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한전이 ㎾h당 1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연간 5000억원 규모 손실을 본다”면서 “올해는 정산조정계수 조정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여름 전력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오는 3분기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전력판매량과 전력판매단가가 상승했고, 이번 달에도 산업용과 가정용 전력 모두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는 4분기 연료 구입비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도 조정하면 실적을 만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