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 아픈 아이가 없도록" '이건희 유산' 본격 뿌리 내린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서울대병원에 기부한 3000억원 규모 자금이 환아 치료비 지원과 질병 연구에 본격 활용된다. 기부금을 기반으로 연내 치료비 지원과 소아암·희귀질환 연구과제 공모도 시작한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고인의 '따뜻한 유산'이 씨앗이 돼 소아질병 연구와 치료지원에 새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서울대병원은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과제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고 11월부터 과제 공모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사업단 홈페이지를 개설, 이 회장 뜻을 기리는 한편 연구 커뮤니티도 구성한다.

이번에 구축하는 시스템은 소아암, 희귀질환 관련 신약이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 관리가 목적이다. 11월부터 시작하는 연구과제 공모 접수부터 평가, 성과물 및 정산보고서 관리 등 연구 전주기를 관리한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홈페이지도 개설해 본격 활동에 나선다. 이 홈페이지는 지원 업무와 사업단 성과, 연구주제 신청 공고, 참여 병원제안서 접수 등 사업단 역할과 연구 지원 역할을 맡는다. 특히 이 회장을 소개하는 기부자 전당을 만들어 환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그 뜻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구과제 시스템 중 공모접수 영역을 우선 개발 완료해 11월부터 연구과제를 접수하고 내년 1월부터는 연구에 착수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기부자 뜻을 기려 환아 지원과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과 서울대병원은 기부 약정식을 갖고 소아암, 희귀질환 환자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행사장에서 (왼쪽부터)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이 기념촬영했다.
지난 5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과 서울대병원은 기부 약정식을 갖고 소아암, 희귀질환 환자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시 행사장에서 (왼쪽부터)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이 기념촬영했다.

지난 4월 이 회장 유족은 3000억원을 지원해 10년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백혈병, 림프종 등 13종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 희귀질환 환아에게 600억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10년간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와 치료제 연구에 900억원을 투입,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도 지원키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5월 사업단을 꾸린 뒤 공식 사업 명칭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으로 확정하며 고인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00억원 규모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사업이 본격 닻을 올리면서 이 회장과 삼성의 '사업보국(사업으로 나라를 이롭게 한다)' 철학은 더 넓게 뿌리를 내릴 전망이다. 7000억원 규모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인프라 투자도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며 고인이 평생 모은 미술품도 대중에 공개해 국내에서도 세계 수준 예술품 감상이 가능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만든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어린이 복지사업이었고, 세계 수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을 개원했다”면서 “의료분야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고인 뜻을 따라 유족도 기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