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설비기반 경쟁, 이후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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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T&T가 5세대(5G) 코어네트워크를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AT&T 결정이 '설비기반 경쟁'이라는 글로벌 통신시장의 금과옥조를 깨는 상징적 사건이 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은 누가 많은 주파수와 기지국, 통신 장비를 보유하고 우수한 품질을 제공하느냐의 경쟁이었다.

AT&T는 이런 관행을 깨고 5G 망 심장인 코어망까지 외주화했다. 과도한 설비투자 경쟁보다 효율화하고, 더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에 투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AT&T는 워너미디어 등 콘텐츠사업에 힘입어 실적 상승 랠리를 이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비 기반 경쟁보다 망 투자 효율화가 대세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이통사도 모바일에지클라우드(MEC) 등 작은 인프라 영역부터 클라우드를 통해 외주화하려는 시도가 관측된다. 이통 사상 최대 규모인 3.5㎓ 대역의 농어촌 5G 로밍, SK텔레콤의 KT에 대한 3G망 공동 사용 제안 등 경쟁보다 파격적인 협력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통사는 통신비 인하로 투자 여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인프라 확산·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설비 기반 경쟁 약화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하나의 숙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는 이용자 후생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 통신시장 경쟁의 축은 설비 중심에서 벗어나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요금제나 미디어·콘텐츠·기업거래(B2B) 등 서비스에서 이통사가 경쟁하며 시장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새로운 통신정책 지향점을 설정하고, 로드맵도 구체화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