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플랫폼 독과점 폐해 막을 시스템 시급하다

K-팝 팬덤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던 회사의 앱이 갑자기 사라졌다. 400만명에 이르는 이용자 정보와 사용 이력 등이 한순간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고 벌어진 상황에 수년간 피땀 흘려 일궈 놓은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K-팝 팬들이 차트, 뉴스, 영상, 커뮤니티, 투표, 이벤트 등 다양한 팬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인 '후즈팬'을 운영하는 한터글로벌의 사연이다.

이 회사의 앱은 지난 2일 오전 구글플레이에서 강제 삭제됐다. 같은 날 구글로부터 앱에서 사용된 음원 콘텐츠의 해당 저작권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와 앱을 삭제한다는 짧은 메일을 받은 직후 취해진 조치다. 앱 삭제 통보를 받은 직후 곧바로 구글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앱 계정이 아직 양호한 상태니 다시 게시할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물론 후즈팬에서 제공되는 모든 영상과 음원은 방송사 등 콘텐츠제공업자(CP)와 계약돼 있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전혀 없었다. 필리핀에 있는 업체의 일방적 신고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기업의 존폐가 걸린 일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셈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조치다. 소명 절차에 나서는 것은 물론 앱 복구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앱 성격상 완벽한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런 사례가 처음도 아니다. 많은 국내 앱 사업자가 이유 없이 구글로부터 앱 등록이 거부되거나 앱이 삭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스마트폰 비중이 월등히 높아 피해가 더 심각하다.

그러나 개별 스타트업이 구글 등 거대 플랫폼기업을 상대로 문제를 풀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보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독과점 횡포를 제한, 공정한 플랫폼 경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그 출발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