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 카카오뱅크와 금융의 미래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카카오뱅크가 8월 6일 증시에 상장되면서 상장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3조162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뱅크 상장 전 금융회사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던 KB금융의 시가총액(21조7052억원)보다 11조원 이상 높은 평가를 받으며 당당히 최고 금융주로 등극했다.

작년 순익이 1136억원에 불과한 카카오뱅크가 어떻게 순익이 34배 이상 높은 KB금융(3조4552억원)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이러한 평가는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의 프리미엄과 카카오뱅크가 가장 많은 액티브 유저를 가진 금융 앱을 보유한 것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통업의 아마존, 자동차산업의 테슬라, 금융의 페이팔, 미디어의 넷플릭스 등 디지털 기술기업이 전통산업 분야에 진입한 후 기존 기업을 압도하고 시장의 리더로 성장한 것처럼 디지털 기업의 전통 기업에 대한 우위가 금융산업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아마존의 예를 보면 2006년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75억달러로 유통산업의 전통적 대장주인 월마트(1589억달러)의 9분의 1에 불과했지만 2021년 8월 9일 현재 시가총액은 1.7조달러로 월마트(4070억달러)의 4배 이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향후 카카오뱅크 주가가 어떻게 변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를 기존 은행과 같은 전통적 금융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금융시장을 혁신할 디지털 기술기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규제산업으로의 성격이 강한 금융시장에서 카카오뱅크가 어느 정도의 혁신을 일으키고 향후 금융산업 대장주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지는 예측이 쉽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카카오뱅크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 받았던 케이뱅크도 올해 2분기 출범 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2000만명의 토스앱 사용자를 기반으로 9월 말 서비스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기술에 기반한 핀테크 기업들이 P2P 기반 대출 서비스, 인공지능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기존 금융기관 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제공하고 있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핀테크 기업들의 신기술 기반 서비스의 시장 진출 창구가 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제도의 경우 올해 4월 기준으로 정부 전체의 규제샌드박스 433건 중 금융 분야가 32%에 달하는 139건이었고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핀테크 기업 중 29곳에 5857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과 디지털기술에 기반한 핀테크 기업의 도전에 직면해서 기존 은행들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 규모(Scale), 범위(Scope), 속도(Speed)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디지털경제에서 기존 금융기관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기업과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벤카트라만 보스턴대 교수가 그의 저서 '디지털 믹스(The Digital Mix)'에서 말하고 있듯이 사업의 본질적인 재창조(Reinvention at the root)를 통해 기술기업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은행이 아니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업으로의 변신이 있어야 카카오뱅크와 같은 디지털 기술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과 경쟁에서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다른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주가의 총액보다 높은 이유는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회사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디지털경제에서 금융을 포함한 모든 산업의 리딩기업의 위치는 디지털기술을 활용해서 그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드는 기술기업이 차지하게 된다. 앞으로 금융시장의 리더도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금융기업이 아니라 최고의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업이 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