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떠오르는 '전기차 충전시장'...대기업이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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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사업자 별 충전기 운영 현황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 충전시장에 뛰어든다. 최근 전기차 수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국내 전기차 보급 수가 20만대를 돌파한다. 내년엔 30만대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대기업은 기존의 주력 사업과 충전서비스를 연계하고, 전국의 사업 거점을 충전 서비스망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시장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충전기 제조사와 충전서비스 업체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산업리포트]떠오르는 '전기차 충전시장'...대기업이 뛰어든다

◇신사업 1순위로 주목받는 '충전 시장'

전기차 충전시장에 뛰어든 대기업군은 유통과 정유 업계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시설관리나 시스템통합(SI)을 맡은 계열사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국 다수의 거점을 이미 운영 중이거나, 시설물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충전사업 핵심인 거점·부지 확보에 대한 위험부담이 적은데다, 고객 유입에 유리한 점을 사업적 기회로 삼았다. 또 정유·가스사 등 에너지 업계는 전국의 주유소나 충전소를 전기차 충전시설로 전환해 친환경 시대를 대비한다.

다만 그룹별로 사업 주체는 기업 전략에 따라 다르다. SK그룹의 경우 ㈜SK가 사업을 총괄하면서 그룹 8개 계열사별로 세부 사업 모델을 짜고 있다. SK는 완·급속 충전서비스부터 충전기 부품사업, 솔루션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반면 GS그룹은 충전사업과 가장 연관성이 깊으면서,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에너지가 충전사업을 주도한다.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역시 계열사보다 그룹에서 직접 사업을 챙기는 분위기다. 다만 사업 실행 조직은 SI 등 계열사가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성·현대차·SK·LG·롯데·신세계·GS·CJ·현대오일뱅크 등이 그룹사나 계열사를 통해 충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 중에는 단순 충전서비스뿐만 아니라, 충전기 제조나 수출 사업까지 추진하는 곳도 있다. 또 직접 충전 사업보다 충전기 제품이나 서비스 솔루션에만 참여하는 기업도 있다. 대부분 충전사업에 직접 나서는 분위기지만, 일부는 기존의 충전서비스 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자사 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추진하는 곳도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한 곳도 에너지사업과 연계한 해외 충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IT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맵 기반으로 전국 충전소 위치와 실시간 충전기 사용 상태 등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카카오페이를 활용한 과금결제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맵을 활용한 호출과 과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택시와 같은 형태다. 티맵모빌리티도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환경부 직영 급속충전기와 로밍 충전기에 대한 과금결제 권한을 확보했다. 검색·충전·결제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도 현재 맵을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생겨난지 10년 만에 충전 사업에 뛰어든 건 내년이면 전기차가 30만대를 넘어서면서 시장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충전 사업은 당장 수익성보다는 고객 유치나 거점 확보, 친환경 이미지 재고 등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보다 연관사업 기대

대기업들이 추진 중인 충전 사업은 당분간 수익성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충전 시장은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환경부와 전력판매독점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전국의 가장 많은 충전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용 가격을 높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 환경부와 한전이 전국에 운영 중인 완·급 충전기 수만 1만2000기로, 전력 수전설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대규모 사업자다. 급속충전기만 따지면 국내 설치된 1만831기 중에 77%(7752기)가 이들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환경부와 한전은 매번 사전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원가 수준의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민간 업계가 이들 요금과 비슷하게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대기업들이 충전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전기차 보급 장려 차원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환경부와 한전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운영 마진을 챙기는 게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기업들의 충전 사업은 당분간 수익성 보다는 연관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유소 등에서 발생하는 포인트(마일리지)와 연계해 고객 유치에 활용할 전망이다. 이들 포인트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하면 재무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다. 고객이 쓰지 않은 마일리지나 포인트는 국제회계법상 기업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게 좋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로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향상과 'RE100' 대응에도 유리하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충전 시장은 아직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충전 사업을 통해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앞으로 확대될 전기차 사업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전기차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모델 발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 오른 중소기업 충전기·서비스업체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소 충전기 및 충전서비스 업체 몸값이 오르고 있다.

올해 물꼬를 처음 튼 건 SK다. SK그룹은 지난 4월 국내 유력 충전기 제조사인 시그넷이브이의 지분 55.5%를 2932억원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SK는 그룹 8개 계열사를 통해 충전서비스를 포함해 해외 시장을 고려한 충전기 제조업, 충전기 부품업, 배터리와 충전기를 결합한 융합사업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당초 SK에너지가 국내 유력 급속충전 서비스 사업자인 에스트레픽의 충전사업부 인수를 추진했지만, 해외 사업까지 고려해 인수 대상을 제조사로 바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GS에너지도 지난 6월 국내 충전사업자(완속)인 지엔텔의 지분을 인수하고 충전서비스 합작사를 세웠다. GS에너지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급속 충전사업뿐 아니라, 완속 충전서비스 분야로 신사업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휴맥스-스틱과 지난달 국내 유력 충전기 제조 및 충전서비스 사업자인 대영채비의 지분 20%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모빌리티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 중인 휴맥스는 해외 사업을 비롯해 전국의 전기차 충전서비스 거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공개된 이들 대기업 이외 현대차와 신세계, 롯데 등도 현재 충전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충전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충전 사업을 할 만한 대부분의 대기업들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다”며 “현재도 사업 인수나 전략적 투자를 위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점검 포인트 양보다 질

대기업간 인수 경쟁으로 중소 충전 업계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충전 시장은 2013년부터 정부가 충전기 보급·확대를 이유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품·설치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지원했다. 이 결과 전기차 사용자 접근성보다는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마구잡이로 설치된 충전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으로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중 절반 가량은 여전히 사용이 미미하다.

철저하게 사업성을 분석해 투자 규모나 시기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기업 투자 활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충전시장은 '서비스 질'보다는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충전기 설치 물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투자를 고려할 때 충전서비스 기업의 가치 기준을 충전기 설치 숫자로 따지는 것이 업계 일반적인 기준이 됐다. 이에 충전 업계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 충전기 수를 늘리는데 혈안이다. 지난 7월 환경부가 실시한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불과 4시간 만에 마감됐다. 최소 2~3주가 걸렸던 과거와 다른 역대 최단 시간 기록이다.

올해 초 정부가 충전기 보조금 단가를 3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추면서 업계 불만이 높았지만, 최근 충전 업계를 대상으로 한 M&A나 전략적 투자 붐이 일면서 충전기 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충전서비스 업계에서 타사 충전 고객 가로채기 경쟁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휴대폰 '기기 변경'(기변)이나 번호이동과 같은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는 100% 정부 보조금으로 구축된 설비로 충전시설 소유권자는 아파트이고, 설치 후 2년이 지나면 부지 제공자 재량에 따라 시설물 교체나 철거 등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초기 시장 때부터 정부가 충전기 제품을 위시해 공사·운영 비용 전액을 지원한 탓에 충전시설 접근성은 물론 서버나 고객관리 등 서비스 질이 낮은 업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