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위기 한전, 지난해 에너지전환 비용에 2조5000억원 썼다

RPS·ETS 정산에 매년 대규모 지출
올해 적자 위기 속 재정악화 우려 커
전문가 "요금에 환경비용 반영해야"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유보로 올해 적자 위기에 빠진 한전이 지난해 에너지전환 비용 정산에 약 2조5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정산 비용에 더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재무구조와 상관없이 조(兆) 단위 환경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해 한전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RPS 비용과 ETS 비용으로 총 2조5071억원(별도 기준)을 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지난해 4조86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3년 만에 흑자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 영업이익의 61.4%에 달하는 비용을 에너지전환을 위한 지불했다.

특히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행한 2017년 이후 RPS 이행정산금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한전의 RPS 이행정산금은 2017년 1조612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2조2470억원으로 39.4%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정산 기준가격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RPS 이행 물량 증가로 매년 부담해야 할 비용은 확대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한전은 REC 현물가격과 계약가격을 합한 기준가격으로 RPS 비용을 정산한다”면서 “기준가격은 매년 낮아졌지만 RPS 의무이행 물량이 워낙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전의 RPS 이행부담금 정산 규모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한전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RPS 비율을 7%에서 9%로 상향한 것에 따라 전력구입비가 대폭 상승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 21일부터는 RPS 의무비율 상한을 10%에서 25%까지 확대할 수 있다. 당장 정부는 현물가격 REC 가격 안정을 위해 하반기에도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용량을 2GW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 연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정해지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전은 ETS 비용으로도 매년 수 천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한전이 정산한 ETS 비용은 2017년 3593억원, 2018년 1366억원, 2019년 5554억원, 지난해 2601억원이다. ETS 비용은 연마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향후에도 정산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전이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대규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연료비 연동제)를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보권한 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한전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7648억원, 상반기 영업손실 19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h 당 -3원으로 인하한 이후 원가 상승 부담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원가 변동 요인을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현재는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분리고지만 하고 있지 비용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기후·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표>한국전력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정산 비용(단위: 억원)

적자 위기 한전, 지난해 에너지전환 비용에 2조5000억원 썼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