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게임=악' 프레임 만든 셧다운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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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게임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밤샘 게임집회가 12일 밤 서울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휴대폰, 게임기, 노트북PC 등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DB)
<2011년 게임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밤샘 게임집회가 12일 밤 서울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휴대폰, 게임기, 노트북PC 등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DB)>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20일 도입됐다.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청소년 보호법 26조가 근거다. 해외에서 '신데렐라법'이라며 조롱받기도 했던 법이다.

도입 때부터 반대가 극심했다. 업계는 물론이고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집회를 열 만큼 강한 반발에 부딪혔으나 여성가족부는 강행했다. 당시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게임을 압박하고 있었고 여가부는 신생 행정기관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청소년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비롯해 부모 교육권이나 게임사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 행정 편의적인 과도한 규제로 미래 주역인 청소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잠재적 범법자로까지 내몰았다.

셧다운제는 게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한다. 게임은 규제해야 할 것, 중독을 유발하는 것,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는 오명을 쓰게 만들었다. 대안이 많음에도 규제를 일괄 적용해 게임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했다.

'(게임은)법으로 지정해 막을 정도로 나쁜 것이다' '나쁜 것(게임)은 막아야 한다'는 순환논리 오류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했을 때 '셧다운제 등 국가가 게임을 규제하는 이유는 게임이 유해한 것이므로 질병코드도 국내에 도입돼야한다'는 식의 논리가 형성됐다.

보호자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두려움이다. 잘 모르는 내용인데다가,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니 부모의 불안감을 높인다. 보호자 인식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부가 게임 문해력 교육을 강화, 확대해도 별 효과가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제도가 유지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수많은 문제에도 '헌법재판소가 문제가 없다고 공인한 법'이 됐다.

당시 드물게 위헌 의견을 내놨던 조용호 전 헌법재판관은 “게임으로 청소년 수면 장애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소년 본인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반해 국가가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하는 것으로 헌법상 문화국가 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다수결에 따라 합헌 판결이 내려졌고 헌재는 “과잉규제를 피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동안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비판 수위가 강해지자 강제적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부모 요청에 따라 게임 시간을 허가해 주는 '부모선택제'가 제시되기도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부모, 교사 단체 반발이 강했다. 지금도 일각에서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은 “과사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예방, 치료, 보호 서비스 인프라 확대와 제공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폐지가 아닌 게임업계가 다양한 제도 보완장치를 도입해야할 것”이라며 셧다운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