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앱결제 강제 금지'…한국, 글로벌 빅테크 규제 한 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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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규제 선례를 만들었다. 플랫폼 기업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연내 시행될 전망이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거래를 중개함에 있어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앱마켓 사업자가 앱마켓에서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이슈분석]'인앱결제 강제 금지'…한국, 글로벌 빅테크 규제 한 획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콘텐츠 관련 앱에 자사 결제수단을 일괄적용하기로 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1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셈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입법 선례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 빅테크 기업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우리나라 사례를 참고해 유사한 입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이미 유사한 법안이 연방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 마샤 블랙번(공화당)과 리처드 블루먼솔(민주당) 등 의원 6명은 이달 11일 플랫폼 사업자 반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미국에서 5000만명 이상 이용자를 보유한 앱 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자가 개발사나 개발자에 자사 앱 마켓 결제 시스템 이용(인앱결제)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하원 행크 존슨 민주당 의원과 켄 벅 공화당 의원이 상원이 오픈 앱 마켓 법안의 동반법안을 지난 13일 공동발의했다. 상·하원 여야 의원이 같은 내용 법안을 발의한 만큼 통과에 힘이 실린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경쟁·차별금지 분야에서 빅테크 기업 제재 수단을 갖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앱 내 결제에서 자사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애플 앱스토어는 위법이다. 구글 역시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려는 구글 역시 위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지조항은 공포 즉시 효력을 가진다. 기술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일정기간 유예를 두고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글로벌 빅테크를 규제할 칼자루를 쥐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을 마무리하는 만큼 앞으로는 규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은 입법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삭제됐다.

개정안 원안에는 △앱 마켓사업자가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50조 10호)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규제(50조 13호)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공정위가 자기 관할을 주장하며 결국 삭제됐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13호 경우 방통위가 앱 마켓 사업자 독과점을 견제하는데 상당한 유연성을 부여한 조항인데 결국 빠졌다”면서 “위법 사항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가지려면 부처간 협업, 시행령 보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산업 특성상 변화가 매우 빨라 임의적으로 부당 지원 행위를 다 규정하기는 힘들어 재량 폭을 넓힌 것”이라면서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하위 규칙을 상세하게 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경쟁법을 다루는) 공정위와 계속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방통위와 협의해 시너지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법 개정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을 수년씩 끄는 일이 많다”면서 “향후에도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이번에 제외된 안을 포함해) 법이 또 개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