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역기능 프레임 벗어난 게임과몰입 진단척도, 실전 투입...내달 첫 조사

보건복지부가 게임의 역기능을 프레이밍하는 의도가 드러났던 2015년 게임중독 지하철 광고
보건복지부가 게임의 역기능을 프레이밍하는 의도가 드러났던 2015년 게임중독 지하철 광고

정부가 순·역기능 프레임 나누기 중심에서 벗어난 '게임이용종합척도'를 처음 이용하는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를 다음달 시작한다. 청소년의 건강한 자아와 인식형성을 도울 근거를 마련할지 주목받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021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가 내달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해 실시하는 것으로 기간은 11월 말까지다.

조사 대상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12만명이다. '게임행동종합진단척도' 수정판(CSG-β)을 이용해 게임 행동 유형을 조사한다. 과몰입군, 과몰입위험군, 일반사용자군, 게임선용군으로 분류하고 유형별 심리행동과 특성을 분석한다. 게임 선용과 과몰입에 관련된 요인을 찾는다.

올해 조사는 새로 개발한 게임이용종합척도를 처음 사용한다. 조사대상 12만명 중 1만명에게게임이용종합척도와 CSG-β 중복 조사를 실시하고 신뢰도, 타당성을 검증한다.

게임이용종합척도는 단순히 게임이용을 선용과 문제적 이용으로 나누지 않는다. 청소년을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됐다. 게임리터러시, 게임이용문제, 게임욕구충족 세 분야 설문을 통해 청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지에 무게를 둔다.

가령 '나는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안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코딩에 관심을 둔다' 등 문항은 게임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이나 본인과 게임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연관이 있다. 경제관념, 본인의 욕구와 특성, 게임윤리, IT흥미도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게임이용종합척도는 청소년 게임이용을 종합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실태조사에 쓰인 CSG 척도는 선용과 과몰입을 분류하기 위한 기준으로 설계됐다.

어떤 척도로 조사, 분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결과값이 달라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했을 때 논란도 척도에서 시작됐다.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장기축적연구와 뇌기능 연구 등으로 과학 근거가 확실하다고 주장했고 게임계는 연구에서 사용한 척도의 신뢰성,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문체부 예산으로 개발한 게임행동종합진단척도(CSG)와 2013년 복지부 예산으로 만든 인터넷게임중독선별도구(IGUESS)가 널리 사용된다. CSG에 모바일게임을 반영한 CSG-β는 게임 이용 긍정과 부정 결과를 모두 고려하는 장점이 있지만 선용과 문제적 이용 강도를 비교할 수 없다. IGUESS는 음란물, 도박, 쇼핑 같은 영역에서 문제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돼 게임 밀접도가 떨어진다. 일상적인 행동변화마저 중독으로 보고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IGUESS를 비롯해 한국판인터넷게임장애척도(K-IGDS), 게임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구조화된 진단적 면접도구(SCI-IGD) 등 역기능 파악에 집중한 척도는 대부분 1998년 킴벌리 영 교수가 개발한 인터넷중독진단척도(IAT)에 뿌리를 둔다. IAT는 게임보다는 전반적인 인터넷 특성을 반영한다. 게임에 잠시 빠져있는 사람이 실제 몰입 자보다 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오류가 있다.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89%가 '게임이 행위 중독 요인'이라는 논조다.

IAT에서 갈라져 나온 척도로 연구를 수행했다.

게임이용종합척도 신규개발 연구를 수행한 정여주 한국교원대 교수는 “게임이용 청소년의 긍정 요인에 초점을 맞춰 게임 과몰입을 바라보는 시각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며 “청소년 욕구 측정과 유형화를 통해 건강한 자아 인식 형성을 돕는 한편 청소년 다면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방안 수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