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융 불균형 해소" 첫발...가계대출 축소·집값 안정 효과 주목

이주열 총재 "중립금리보다 여전히 낮아"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중기중앙회·상의 "소상공인·中企 등 금융비용 부담 크게 증가" 우려
전세시장 불안 등 요인 많아…부동산 시장 영향 지켜봐야

[이슈분석] "금융 불균형 해소" 첫발...가계대출 축소·집값 안정 효과 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금리인상 배경으로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 △견조한 경기 흐름을 꼽았다. 여전히 실질금리가 큰 폭 마이너스 수준이고 이번 금리인상 결정이 실물경제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 추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열린 만큼 가계대출 축소 효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론적으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소비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현 금리 수준은 민간 신용 추이, 유동성 공급 등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여전히 중립적 수준에서 먼 완화적 수준”이라면서 “지난 1년 3개월간 역대 최저금리 기조에 따라 금융 불균형이 심화된 만큼 이제는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역대 최저금리 기조가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동시에 금융 불균형 문제도 가져오는 양면성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초기 확산 때 리세션 공포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금리를 빠르게 대폭 낮춰 경제주체의 차입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등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1년 이상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현상이 과도해지면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해소되지 않는다”면서 “저금리 외에 다른 요인도 금융 불균형에 영향을 끼친 만큼 다른 정책도 뒤따라야 하며 누적된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선호 성향을 낮추게 되므로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실질금리는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 수준이고 기준금리 0.75%가 실물경기에 제약을 주는 수준은 아닌 데다 중립금리보다도 여전히 낮다”고 덧붙였다.

추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 등을 봐야 한다”면서 “서두르지도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는 주상영 의원만 '인상'을 제시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고승범 의원만 소수 의견으로 '동결'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5명 중 4명이 '인상' 의견을 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이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집값 상승세 완화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금융계는 금리 인상 충격이 완화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와 자금 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논평을 내고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증가 완화, 부동산 가격 안정, 물가상승 억제 등 여러 요인을 종합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는 점,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값 상승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고삐를 죄면서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카드, 보험 등까지 잇달아 대출한도를 축소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주택 거래가 줄고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고 전세시장 불안 등 다른 요인이 많아 실제 집값 안정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6월 기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2.74%, 상호금융권 주담대 금리는 2.94% 수준이다. 이번 인상으로 상호금융권 주담대 금리는 3%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주택시장 과열은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다만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당장 집값이 하락하기보다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금리 인상은 이제 저금리 시대는 지나갔다는 신호탄 격”이라면서 “이번 금리 인상 폭은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앞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담대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