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투약기' 결국 운영 중단···쓰리알코리아, 과기부 상대 행정소송

국내 스타트업이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화상으로 약사의 복약상담을 받으며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 서비스를 선보인다. 10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약국에 설치된 쓰리알코리아 원격화상 투약기로 소비자가 약사의 상담을 받으며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용인(경기)=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내 스타트업이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화상으로 약사의 복약상담을 받으며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 서비스를 선보인다. 10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약국에 설치된 쓰리알코리아 원격화상 투약기로 소비자가 약사의 상담을 받으며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용인(경기)=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규제 해소가 지연되며 독자 서비스를 시작했던 '원격 화상투약기'가 약사회 반발에 부딪혀 운영을 중단했다. 화상투약기 개발 업체는 규제샌드박스 심의 지연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화상투약기 개발사인 쓰리알코리아는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에 ICT 규제샌드박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상당한 기간 내에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 또는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해야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는 경우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행정청의 신속한 응답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의약품 화상판매기가 지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으로 선정됐지만 2년 반 이상 실증특례 도입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한 대응이다.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2년 7개월 동안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결정을 내리지 않고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라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채택이 거부될 경우 법적인 판단을 받기 위한 추가적인 행정소송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소송이 제기된 사실은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못해 구체적인 내용은 관련 부서와 협의할 것”이라며 “규제샌드박스 안건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부처의 입장이 얽혀있는 규제를 다루다 보니 빠른 해결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쓰리알코리아는 행정소송과 별도로 대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 임원 3명을 대상으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난 25일 제기했다. 약사회가 화상투약기를 설치한 약국에 위력을 행사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다.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 시간이나 휴일에 약국 앞에 설치된 기기로 약사와 비대면 영상으로 상담하고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12년 개발 이후 모호한 규제와 약사단체 반대 등으로 10년 가까이 상용화가 지연됐다.

특히 기대했던 규제샌드박스 심의가 지연되자 지난 9일 경기 용인시 한 약국을 통해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독자 상용화를 택했다. 하지만 법적 문제 가능성과 약사회 논란 확대로 부담을 느낀 해당 약국이 화상투약기를 자진 철거할 뜻을 밝히면서 설치 나흘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법적 대응과 함께 다른 약국에 추가 설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고 처방약 배송도 이뤄지는 시점에서 사회 변화에 따라 관련 제도도 유연하게 발전할 필요가 있지만 약사회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상투약기가 약국 매출 증대를 가능하게 하고 편의점 판매 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안으로 약사 직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