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밴업계 1위 사업자에 수수료 계약 변경 요구 '공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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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에 돌입한 가운데 비씨카드와 밴업계 1위 사업자인 나이스정보통신이 수수료율 협상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나이스정보통신에 현행 수수료율 체계 전환을 요구,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가 나이스정보통신에 요구한 것은 현행 '정액+정률제'이던 카드 승인수수료율 체계를 '완전 정률제'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비씨카드는 다른 밴사에도 같은 조건의 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예전부터 완전 정률제 전환을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본격적인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소형 밴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 상황이고, 다른 밴사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밴사는 카드사 승인중계와 전표매입 업무를 대행해 수수료를 받는다. 통상 카드거래 형태로 승인수수료(정률제)에 추가로 일정 금액(정액제)을 받고 있다. 이는 밴 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용역비용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2016년 정부가 무서명거래를 도입하면서 데이터캡처 위탁업무를 담당한 수만개 밴 대리점이 수수료가 없어지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금융위원회 중재로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 용역비용을 보전하는 협약을 맺었다.

완전 정률제로 전환하면 밴사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소액다건화가 보편화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밴사가 처리한 카드 승인 건수는 181억1171만5345건이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으로 감소한 수치지만, 매년 승인 건수는 늘고 있다. 밴사 전체 승인 건수는 △2016년 142억747만1859건 △2017년 156억6703만2598건 △2018년 167억4982만8168건 △2019년 181억9194만2887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문제는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당장 실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 지난해 기준 39억2200만건의 거래 비중을 차지해 20% 이상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 등 1위 사업자로 편의점 등 소액결제가 많이 발생하는 가맹점도 상당하다”면서 “이 때문에 결제 금액이 많지 않아 완전 정률제로 전환하면 밴사는 자연스럽게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씨카드 요구가 카드 가맹점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수익 감소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 수수료율을 조정함으로써 하위 사업자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려 한다는 의도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은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 마다 이뤄지고 있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산정된 적격비용을 검토해 정해진다. 새로 산정한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인하여력을 산정해 내년부터 변경된 수수료율이 적용한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가맹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인하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에 비씨카드는 나이스정보통신과 현재 협의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현재 나이스정보통신 측과 수수료율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현재 계약건을 협의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