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통신사 최초로 금융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진출한다. 통신과 금융 간 이종 데이터 결합을 통해 카드·대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자체 마이데이터 플랫폼도 새롭게 구축한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비허가는 사업계획 심사기간이 최대 60일, 본허가는 최대 30일이 소요된다. 올해 안에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내년 초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SK텔레콤도 각종 금융 데이터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사들이 대거 마이데이터에 진출한 상황에서 통신사도 정보를 내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SK텔레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신규 플랫폼을 구축한다.
통신과 금융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신용카드나 대출상품 등을 추천하는 모델을 만든다. 사실상 금융 플랫폼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SK텔레콤은 2400만 가입자라는 막강한 강점을 보유했다. 수백만건의 통신 데이터를 주무기로 이종 산업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 부가가치 창출이 목표다.
통신 데이터에 여·수신, 보험, 카드, 금융투자, 전자금융업 등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더해 자사 통신 고객에게 맞춤형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고객 예·적금, 대출 등 정보를 이용해 더 나은 단말 할부 상품을 권유하는 등 금융과 통신 업권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는 금융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객관적인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면서 “통신사로서 쌓아 온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사·빅테크와 차별화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분석 인력도 추가 채용한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 가운데 마이데이터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빅데이터 분석에서 이미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월 SK텔레콤은 통신·카드·신용 등 각 분야의 데이터 기업들과 함께 '민간 데이터 얼라이언스(Data Alliance)'를 결성, 국내 최초의 '민간 데이터 댐' 구축에 착수했다.
한편 빅테크·금융사 등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했던 이통사도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할 경우 금융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 산업 선점을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통신사는 의무정보제공사업자로서 통신 데이터를 요구하는 사업자에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의무정보제공사업자는 통신사, 은행, 금융지주사, 카드사, 보험사, 금융투자업, 증권사 등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