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달PC 시장, 대기업 진출 '딜레마'

조달PC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는 데스크톱PC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중소 PC업체는 줄도산, 대량 실직 등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내세운 카드는 '쿼터제'다. 데스크톱 PC는 25%, 일체형 PC는 50% 범위에서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일체형 PC 수요가 미미한 상황을 고려하면 약 26% 정도다. 데스크톱PC 한 대를 100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5000억원 시장이다. 이 가운데 26%면 1300억원이다. 이마저도 삼성과 LG가 반씩 나누면 750억원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크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중소 PC업체는 말 그대로 생존이 걸린 문제다. 특히 대기업 진출이 열려 있는 노트북 시장은 이미 대기업 80%, 외산 20% 등 거의 100%를 장악했다. 조달PC 시장에서 노트북 비중은 30%까지 성장했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기업 공공 데스크톱 PC 쿼터제는 지나친 요구로까지 비친다. 대기업이 시장 진출을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선택권을 박탈당한 사용자에 대한 고려다. 둘째 공공 데스크톱PC 공급을 일부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데스크톱 PC를 공급하는 모든 중소업체가 새겨들어야 하는 지적이다.

어떤 시장도 최종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존재할 수 없으며, 대기업 폐해를 지적하면서 그에 못지않은 적폐가 존재한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데스크톱PC의 중소기업 경쟁제품이 처음 지정되고 시행된 해는 지난 2013년이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 다시 연장되더라도 언젠가는 시장을 열어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우려대로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시장을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