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42〉시청률 측정: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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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자가격리, 재택근무, 모임금지 등 하루 24시간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이제는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상의 변화는 산업 변화를 가져왔다. 변화는 기존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등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를 통한 수입원 창출을 근본으로 한다. 디지털 전환기에 개별 가입자로부터 얻는 수신료 모델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더욱 고도화한 디지털 산업은 이제 간접 광고와 직접 수신료를 가능하게 했다. 직접 수신료는 요금의 높고 낮음을 제외하고 뚜렷한 이슈가 없다. 그러나 광고 매출은 이른바 시청률과 연동, 측정 방법 및 과정이 광고주·사업자 간에 매우 민감한 이슈로 작용한다.

디지털케이블TV 초창기 때 일이다. 셋톱박스로부터 시청자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서 시청률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했다. 그렇게 측정한 시청률이 기존 시청률 데이터와 많은 차이를 보일 때도 있었다. 서비스 초기여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고, 통계학적으로 가공하지도 않은 상태임을 고려하더라도 그 차이는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빅뱅에다 코로나19로 실시간 채널뿐만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경로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이제 시청자의 시청 행태 변화가 TV를 통한 채널 중심의 기존 측정 방법으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얼마나 소비되는지 실질 파악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같은 문제점이 계속 지적돼 시청률 측정 방법도 진화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존 시청률에 대한 불신이 더해졌다. 미국 콘텐츠제작사와 방송사로 구성된 광고 관련 기구(VAB)가 시청률위원회에 기존 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시청률검증위원회에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에 대한 인증을 중지하라는 요청을 정식 수용, MRC는 9월 1일자로 인증을 중지했다.

나아가 VAB는 기존 방법 이외에 새로운 방법으로 시청률을 측정할 수 있는 보고서를 발간해서 회원에게 배포했다. 스마트TV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자동 콘텐츠 인식 기술을 이용해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을 측정하는 것이다. 기존의 패널에 의존한 측정보다 정확하고, 마케터에게 새로운 지표를 제시한다.

이런 와중에 NBC유니버설(NBCU)은 TV 시청률을 포함해 다양한 비즈니스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제안서를 발송했다. IBM을 포함한 다수 회사가 참여를 원한다고 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광고 효과 등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미디어산업을 위한 측정의 새 장을 여는 것에 한껏 고무돼 있다.

OTT의 급속 성장은 미디어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도 가져왔다. 콘텐츠 사업자가 OTT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시청자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모델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유료방송 채널을 폐쇄하면서 OTT 디즈니플러스에 집중할 정도다.

그러나 OTT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보면 광고료 기반 간접 모델을 포함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형태 모델도 함께 추구한다. 이처럼 시청률과 광고 효율 측정의 정확성은 광고료와 직접 연계된 이른바 '쩐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시청 행태에서 큰 변화가 있었지만 기존 측정방식으론 시청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수억달러 손해가 났다고 한다.

미디어산업과 관련 산업이 빅뱅 한가운데 있음에도 그 대응은 아직도 새 부대에 담지 못하는 것을 보이는 장면의 하나다. 점진적 진화가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파괴적 혁신 사고가 필요한 때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