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정치의 가상공간 활용...해외는?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자택에서 의회에 참가하는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웬디 체임벌린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자택에서 의회에 참가하는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웬디 체임벌린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해외 각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정치 부문에서의 가상공간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의회 회의는 물론 법안 투표까지 원격으로 가상공간에서 진행한다. 다만 가상공간 활용은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위기 속 응급처치 일환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상하원 양원제를 운영하는 미국은 하원을 중심으로 온라인 등을 통해 원격으로 전체회의나 소위원회 등을 진행한다. 필요하면 일부는 회의장에서 오프라인으로, 일부는 온라인을 통해 참석하는 하이브리드 형식 회의를 병행한다. 상임위원회는 증인과 정부 측 참석자도 영상으로 참석하게 했다.

구체적 회의 방침도 있다. 원격회의를 진행하면 정치적 문구 등 뒷배경 노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참석자 복장도 대면회의와 같이 적절하게 입어야 한다.

하원 사무처는 보안 유지를 위해 연방정부에서 승인한 시스코 웹엑스 라이선스를 의원실당 1개, 위원회당 2개, 각 지도부 사무실에 1개씩 부여해 원격회의를 지원한다.

정부 예산 절감 차원에서도 영상회의 등 사용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우리 국회가 가상공간에서의 의정 활동을 위한 기술적 조건을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는 데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회 관계자는 “위원회 등에서 진행하는 공청회 등에 화상회의를 활용하면 출석인 편의를 도모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되는 증인 출석 제도에 대한 비판, 충분한 증언 시간 확보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도 허용된 규정 내에서 영상회의를 적극 활용한다. 의회 규칙상 회의장 직접 출석이 명문화된 본회의를 제외하고는 활용에 적극적이다. 대면회의가 불가피하면 영상을 혼합해서 진행한다. 상임위원회도 위원장단 2~3인 영상회의실을 사용하고 일반 위원이나 참석자는 자택 또는 사무실에서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회의에 접속한다. 표결도 위원장이 반대 의견 유무를 묻고 반대 의견이 있으면 거수로 투표해 결정한다. 대면회의와 같은 방식이다.

영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Teams)와 스카이프, 줌 등 민간 소프트웨어(SW)를 적극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의정활동을 보장한다. 하원은 본회의의 경우 참석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원격 영상 방식을 이용해 참석한다. 표결도 원격표결 시스템을 활용한다.

프랑스는 영상회의가 원칙이다. 다만 투표가 필요하면 대면·비대면 방식을 혼합한다. 의회 자체적으로 종이문서 사용을 자제하고 메일 활용을 장려한다. 영국과 다르게 원격투표를 하지 않는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원격투표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다. 대신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을 대신해 투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독일 역시 하원 위원회에서 영상회의 등 가상공간을 활용한 의정 활동이 진행 중이다.

반면에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영상 및 원격회의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헌법과의 충돌을 우려한다. '양 의원은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의사를 열어 결의할 수 없다'는 헌법 제56조를 위반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스가 행정부가 코로나19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부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과는 다른 기조다.

의회 외교 차원에선 모든 나라가 대면 접촉 외교를 지양하고 영상회의 등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까진 얼굴을 보고 하는 논의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무게감에서 다를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의회 차원의 외교를 하지 않을 순 없으니 모든 나라가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