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소유에서 공유로…車 업계도 '구독경제' 열풍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장 고가 상품 중 하나다. 그만큼 차량을 구매하거나 교체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각종 세금과 정비료, 보험료 등 차량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부담스러운 비용이 발생한다. 구매 후에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런 과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월 구독료에 세금을 비롯해 보험, 점검 등 모든 비용과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차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현대차가 시행 중인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현대차가 시행 중인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것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기업에 위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곳 역시 완성차 기업이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모빌리티 이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차량 구독 서비스는 차량 공유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부터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사 차량 선제적 경험을 통해 향후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와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업체들의 요구에 힘입어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구독 비용 적정성과 업체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가 성공 관건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구독 서비스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월정액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2017년부터 미국에서 포드, 포르쉐, 볼보 등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시장 경쟁을 위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제공.

완성차 업계에서 구독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볼보다. 현재 북미와 독일에서 '케어 바이 볼보'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본 계약 2년으로, 12개월 이용 후 새로운 차종으로 변경할 수 있다. 볼보는 2025년까지 생산 차량의 50%를 구독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자동차 브랜드들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단순 차량 제공을 넘어 소비자 개인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상품을 먼저 제안하고 취향을 꼭 맞춘 서비스를 선별해 제공한다. 차세대 구독경제 모델로 진화하는 중이다.

현대차가 시행 중인 현대 셀렉션은 월 비용을 내면 현대차의 대표 모델 3종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신형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코나 일렉트릭 가운데 1종을 48시간 동안 탈 수도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100%씩 성장했다.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와 공급자 양쪽 모두의 이익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 역시 다른 구독 서비스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세한 개인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선택 부담을 줄이고 자신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을 합리적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세종시에서 운행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 셔클.
세종시에서 운행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 셔클.

구독경제는 단순 자동차 공유를 넘어 대중교통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라이드 풀링은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호출해 목적지까지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지역 기반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다.

구독 비용을 내고 특정 지역 내에서 승객들의 탑승지와 목적지에 따라 노선을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다. 이용 방식만 놓고 보면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버스처럼 다수의 승객이 탑승하고 이동 반경이 제한됐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유럽에서 라이드 풀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기업은 폭스바겐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모이아'와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아'가 있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라이드 풀링 서비스 '셔클' 시범 운행을 진행했다. 올해 3월부터 서울 은평구에서, 4월부터 세종시 1생활권에서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셔클 서비스의 특징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최적경로 생성 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AI가 탑승객 간 경로를 취합하고 최적 경로를 정해 운행한다. 다수 탑승객을 동시에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높고 효율적 이동 서비스가 가능하다.

가까운 미래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자율주행 기술과 연계해 한층 진화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으므로 서비스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 제약이 줄어 이용자가 더 편리하게 모빌리티를 호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