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기택시 보조금 하루 만에 동났다…"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서울시 전기 택시 보조금 접수가 당일 마감될 만큼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전기 택시를 교체하려는 사업자가 많지만, 보조금이나 차량이 부족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보조금을 올해 3배 수준인 2000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일반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왼쪽)와 전기 택시 모습. 전자신문 DB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일반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왼쪽)와 전기 택시 모습. 전자신문 DB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추가로 신청받은 올해 마지막 전기 택시 보조금 3차분 330대가 하루 만에 마감됐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보조금을 접수한 전기 택시 300대가 조기 소진되자 하반기 330대를 추가 편성해 접수했다. 이마저도 다시 하루 만에 마감됐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한 전기 택시 총 보급 대수는 630대다.

전기 택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내년 전기 택시 보조금 대상을 올해 3배 이상인 2000대까지 늘린다. 현재 서울시에 운행 중인 전기 택시(1335대)보다 많은 수치다. 서울시는 2015년 60대를 시작으로 전기 택시 보급을 추진해왔다. 올해 7월까지 1335대의 전기 택시를 보급했고, 올해 보급 예정 물량 330대가 출고되면 총 1665대 전기 택시를 보급하게 된다.

전기 택시 인기 비결은 충전 인프라가 확충된 데다 전용 전기차 출시로 인한 성능 향상, 유지비 절감, 부제 제외 혜택 등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서울시는 국비를 포함해 전기 택시에 최대 18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일반 승용 전기차보다 6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전체 보조금 액수는 지난해(최대 1820만원)와 큰 차이가 없지만, 올해는 성능을 대폭 개선한 전용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인기가 더 높아졌다.

영업용 모델로도 출시된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전자신문 DB
영업용 모델로도 출시된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전자신문 DB

현대차는 올해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택시 모델을 별도로 선보였다. 하반기 접수된 전기 택시 역시 아이오닉5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아이오닉5 영업용 모델은 택시 사업자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입소문을 탔다.

실제 아이오닉5 영업용 기본 모델(58.0㎾h 배터리, 주행거리 336㎞)의 서울시 기준 실구매가는 2200만~2600만 원대다. 기본 가격이 4495만원으로 동급 일반 승용 모델보다 6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보조금 1800만원을 제외하면 실구매가는 법인택시 2695만원, 개인택시 2286만원(부가세 추가 감면) 수준이다. 택시로 많이 쓰이는 쏘나타 개인택시(1768만~2318만원), 그랜저 개인택시(2482만~2800만원)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거리가 긴 택시 운행 특성상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엔진을 쓰지 않는 전기 택시는 타이어 등을 제외하면 엔진오일과 같은 각종 소모품을 교환할 필요가 없다. 모든 요일에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부제 제외 혜택도 받는다.

택시 업계는 수요를 맞추려면 공급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전기차 보급 정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전기차를 27만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기 택시 보급 목표는 누적 1만대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2000~2200여대에 불과하다. 늘어난 수요와 전기차 성장세를 고려하면 낮은 목표치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개인·법인 택시는 7만5000여대다. 이 가운데 올해까지 전기 택시 누적 보급 대수(1665대)는 전체의 2.2% 수준에 그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