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상생 논란]집중포화 받은 카카오, 혁신플랫폼 가치는 인정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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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파로 일대에서 카카오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청파로 일대에서 카카오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는 이달 들어 시민사회와 국회, 정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모빌리티와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번진 카카오에 대한 비판론은 골목상권 침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실이 지난 7일 국회에서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이나 공격적 카카오대리운전 사업확장 등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이슈가 발단이었다.

서치원 민변 변호사는 이날 “대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골목상권 상생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본격적 이윤 추출 행위가 있더라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카카오 성공의 이면엔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송갑석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호응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조찬간담회에서 “플랫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플랫폼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같은 날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 차원에서 빅테크에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벌어진 이 같은 강경책은 결국 14일 카카오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냈다. 카카오는 이날 꽃배달 등 일부 사업을 철수하고 택시 콜 수수료를 폐지하는 등 자구안을 내놨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으로 관련 기업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닌 상생 파트너를 육성하는 본연의 임무와 해외진출 집중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주어진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의 규제 압박이 상생안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두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쟁적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규제 당국이 플랫폼을 규제하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목줄'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면서 “앞으로 플랫폼 기업이 더욱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인데 규제 당국의 먹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부작용은 제어해야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은 덩치면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견줄만한 하지 않다”면서 “강력한 규제와 압박이 계속 이어지면 플랫폼 기업을 백안시하는 풍토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에 원칙을 정비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자칫 플랫폼 기업에 '나쁜 기업' 이미지를 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골목상권 침해' '갑질' 등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하며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 확산으로 쌓일 대로 쌓인 중소상공인 불만을 카카오를 '제물' 삼아 해소하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독점 상황'에 일부 기여했다는 책임론도 제기됐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타다 금지 사태 때 결국 정부가 기존 택시 사업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이 충분한 기업만 모빌리티 산업에 진입하도록 유도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독과점 상황이 생기도록 방치한 후 그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