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꼼지락꼼지락' 비대면 전환하는 전통시장...에누리라이브, 밀키트, 구독경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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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 39-6번지. 가양중학교와 가양도서관 사이에 위치한 신도꼼지락시장 주소다. 1991년 중소형마트인 후생사제3매장이 인근 사거리에 들어선 이후 자연스레 상권이 만들어지며 시장이 형성됐다. 마트 바로 옆에 신도상가라는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어느새 이름은 신도시장으로 굳어졌다.

만들어진지 30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도 어색했다. 신도시장이라고 말하면 이미 없어진 대전 천변에 있던 신도극장 근처에 있는 시장이냐며 되묻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시장 이름에 꼼지락이라는 단어를 더하는 것이었다.

10일 만난 백호진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장은 “많이들 꼼지락이라는 말을 뭘 그렇게 꼼지락 대고 있냐며 타박할 때 쓰는 말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작은 것을 크게 만들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면서 “구독경제부터 온라인 판매·배달까지 시장 상인도 마켓컬리 같은 플랫폼처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꾸준히 꼼지락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상인이 소비자와 꼼지락배송 앱을 이용해 영상통화를 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상인이 소비자와 꼼지락배송 앱을 이용해 영상통화를 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에누리라이브, 신선 배송...비대면으로 느끼는 전통시장

백 회장은 2000년대초 신도꼼지락시장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시장 알리기에 나섰다. 백 회장과 상인회의 노력으로 시장 전체 매상은 2016년부터 점차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은 시장 상인에게 직격탄이었다. 지난해 시장 전체 평균 매상은 2000만원 안팎에서 1600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7월에는 13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시장 방문객 수는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상인들이 택한 것은 온라인 판매였다. 지난해 3월부터 온라인 사업 준비를 시작해 같은해 9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 지난해말부터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마쳤다. 지난 7월부터는 시장에서 바로 구매한 신선한 정육과 생선, 해산물, 야채로 만든 밀키트 6종의 판매를 시작했다.

꼼지락 배송의 특별한 점은 앱에서 전통시장의 특성을 느낄 수 있도록 '흥정하기'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앱을 통해 구매할 상품을 고르던 중 이 기능을 활용해 구매할 상품을 영상통화로 직접 확인하고 에누리를 요구할 수 있다. 상인과 이야기가 잘 통한다면 덤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신도꼼지락시장 콜드체인 배송차량이 시장을 나서고 있다.
<신도꼼지락시장 콜드체인 배송차량이 시장을 나서고 있다.>

꼼지락 배송 앱 개발을 기획한 이동선 신도꼼지락시장 육성사업단장은 “흥정하기 기능이 구현되면서 앱으로도 전통시장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다”면서 “다른 기업과 여타 지자체와 시장에서도 흥정하기 기능을 활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했던 상인도 50~60대 구매자들도 어느새 영상으로 흥정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도 전했다.

에누리와 덤을 얹어 구매가 이뤄진 이후에는 콜드체인으로 빠르게 신선한 상품을 배송한다. 친환경 신선배송박스 제조 업체 쓰리에스테크가 생산한 박스에 상품을 담아 배달까지 10도 미만으로 온도를 유지하게 했다. 시장 전용 냉탑차와 기사를 확보해 배달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도록 대응책도 꾸렸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온라인을 통한 매출은 월 1000만원을 오갈 수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밀키트, 구독경제...새로운 도전 나서는 신도꼼지락시장

상인이 소비자에게 배송할 상품을 나르고 있다.
<상인이 소비자에게 배송할 상품을 나르고 있다.>

신도꼼지락시장은 지난 7월부터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밀키트를 통한 구독경제 사업이었다. 밀키트는 시장 상인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에서 제작한다. 시장 내 정육점, 어물전, 야채가게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진공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등어조림, 제육볶음, 바지락칼국수, 안동찜닭, 불고기 전골, 동태탕 등 6종을 판매한다.

꼼지락 배송에서 밀키트 주문이 들어오면 협동조합에서 각 점포로 연락을 돌리고, 상인들은 각자가 필요한 돼지고기, 고등어, 닭, 야채 등을 손질해 인근 식당으로 가져간다. 식당에서는 재료를 진공포장해 전용 용기에 담으면 밀키트가 완성된다. 이 단장은 “밀키트 음식 종류마다 재료를 공급하는 점포가 달리 정해져 있다”면서 “지나가듯이 요즘 어느 상품이 가장 잘 나가느냐며 묻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꼼지락협동조합은 향후 밀키트 종류를 22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시장 내에 다양한 식재료가 구비되어 있는 만큼 어떤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바로바로 제품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꼼지락배송 밀키트의 강점이다. 백 회장은 “예컨대 오늘 조기가 좋다고 추천하면 그 재료로 바로 밀키트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면서 “가까이에서 믿고 살 수 있다는 게 대형마트 밀키트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구독경제 확산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미 꼼지락시장의 밀키트는 인근 어린이집 등을 중심으로 정기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근거리 배송으로 쉽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데다 쉽고 신선하게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캠핑장, 노인 복지관 등으로 구독경제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 단장은 “아직까지 선결제를 통한 구독경제까지 발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유식이나 건강식처럼 정기 배송이 필요한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도 구독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꼼지락꼼지락' 꾸준한 지원으로 전통시장 우수 모델 찾아야

한 상인이 고등어조림 밀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한 상인이 고등어조림 밀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상인에게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온라인 진출이라는 도전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느냐다. 앞서 신도꼼지락시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던 것은 앱 제작, 밀키트 제작 등에 정부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밀키트 사업을 개시한 것 역시 정부 지원과 사업단 없이도 홀로서기를 이루기 위해서다.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은 통상 2년간 시행된다.

꼼지락협동조합은 최근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만 갖췄을 뿐이다. 신도꼼지락시장 밀키트만의 맛을 살리기 위한 전용 소스 제작에 필요한 각종 인증 획득부터 인력 확보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시장 상인들은 비대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백 회장은 “밀키트 제작과 구독경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전통시장에서도 새벽 배송까지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말들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단번에 온라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꾸준히 꼼지락거리며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