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인간 내면과 호흡하는 예술영화인' 장권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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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년을 맞은 유진규(70) 마이미스트의 작품세계를 다룬 장편영화 '요선'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내장편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해외 영화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할리우드 기술감독 출신 독립영화 연출가 장권호가 신작 '요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과 국내 영화제작 현실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솔직 유쾌하게 털어놓았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영화감독 장권호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장 감독은 1990년대 초중반 미국 유학과 함께 컴퓨터그래픽(CG) 분야에 몸담으며 '할로우맨' '매트릭스2' 등 인기 할리우드 영화들의 비주얼FX 담당으로 명성을 높여왔다, 2000년대 귀국 이후 소니픽처스 지원작 '헤븐리 소드'를 시작으로 영화제작자로 변신했다.

2013년 황보라 주연의 스릴러풍 영화 '내비게이션'을 기점으로, 2018년 '탄' 등 인간 내면 본성에 주목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듭 제작, 다양성 영화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다.

영화 요선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페이지 발췌)
<영화 요선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페이지 발췌)>

최근에는 강원 춘천시 지역시장인 '요선시장'을 배경으로 50년 경력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작품세계를 다큐 극영화 풍으로 담은 영화 '요선'을 통해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한국경쟁' 부문 작품상 영예를 안으며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장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요선'의 제작과정과 함께 독립영화 제작자로서 비전을 이야기했다.

-3년 만에 장편 '요선'으로 돌아왔다. 소회를 밝힌다면.

▲기존과는 영화제작 방식이나 표현 면에서 다른 다큐·극영화로 돌아왔다. '탄' 당시 경험을 토대로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내면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생각보다 좋게 나온 결과물에 주인공인 유진규 선생님이나 저 모두 만족했고, 출연자인 현지 사람들도 만족하는 편이다. 뜻깊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신작 '요선'은 지난 7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출품까지 약 6개월 만의 제작 과정으로 완성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시나리오 구상을 위한 전반적 과정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주인공인 유진규 선생님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4~5년이 걸렸다. 그러던 와중에 모 시장에서 펼쳐진 무대에서 선생님의 색다른 변신을 보고 인간 외면과 내면의 차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에 돌입했다.

한 달 반 정도 시나리오를 쓴 것을 서로 읽고 수정하면서 글을 완성했고, 이후 저와 조연출, PD 등으로 이어지는 스태프진을 일부 구성하면서 지난 3월쯤부터 한 달 정도 춘천에서 합숙하면서 촬영했다.

색 보정이나 편집, 제작에 직접 해오던 상황에서 PD의 출품 제안에 따라 제천영화제에는 한 달 정도 만에 마무리한 가편집을 제출했다. 이후 색보정을 더했다.

-촬영편집 제작 전반을 맡았던 단편 '탄'과 달리 '요선'은 대외적으로 연출자 모습만 강조했다. 이유가 있는지.

▲사실 제가 직접 찍는 데 익숙해지만 단편보다는 복잡한 장편 구성과 함께 촬영·제작 스태프들의 의지가 있어서 그를 수용해서 만들어졌기에 그렇게 말했다. 제작비 측면에서도 자비만으로 촬영하다 춘천지역 올로케이션이라는 소식에 시민 펀딩이 이어져 그러한 부분을 강조하게 됐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탄'의 배경인 태백에 이어 '요선'은 춘천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배경 설정의 이유는.

▲핵심배경인 요선시장은 서울의 광장시장에 비견될만한 재래시장이다. 주인공인 유진규 선생님께서 공연하시던 공간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공간이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자랐던 제 추억도 떠오르는지라 요선시장에 핵심을 뒀다.

한자말 '요선(要仙)'을 놓고 봤을 때 술과 여자, 신선 등 원초적인 공간으로 풀이되더라. 그를 토대로 유진규 선생님께서 이곳에서 펼치던 무대를 대비, 무대 위 원로 마이미스트로서의 초월자아와 무대 밖 현실, 내면자아로 구분하고, 현실·내면자아가 원초적인 공간을 탈출했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라는 상상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다.

영화 요선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페이지 발췌)
<영화 요선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페이지 발췌)>

-작품 '요선' 속 핵심포인트가 있다면.

▲아마 세계 최초 '마임 장편영화'라는 점이 핵심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빈손' '있다 없다' '개구리' 등이 각각 오프닝과 여주인공 대면을 통해 자아 충돌을 겪는 핵심장면, 엔딩 등에 펼쳐진다.

또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내면자아를 상징하는 '조르바'가 요선시장을 떠나 여주인공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펼쳐지는 마임 포인트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유진규 마임이라는 것도 포인트다. 여기에 석가모니 이야기에서 강렬한 욕망을 상징하는 조르바를 투영한 여주인공의 상징성 또한 핵심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유진규 마이미스트(왼쪽)와 제 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문 수상에 기뻐하는 장권호 감독(오른쪽).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유진규 마이미스트(왼쪽)와 제 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문 수상에 기뻐하는 장권호 감독(오른쪽).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탄'과 '요선', 모두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예술 정체성을 영화에 수용하고 있다. 이유가 있는지.

▲탄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작곡가, 마이미스트 등 세 주인공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 주인공들에게 각각을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한 결과의 첫 시점이 '요선'이다. 유진규 선생님의 예술적 높이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테마로 한 '탄'은 실제 주인공을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맞춘 것이다.

'요선'은 50주년 공연 중인 유진규 선생님의 이야기를 테마로 다큐와 픽션을 연결한 '팩션' 테마와 함께 저를 많이 투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속적 정서가 강렬한 '유진규 마임' 속 삶과 죽음의 의미, 절제된 내면의 욕망이 표출되는 사람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마임이라는 은유로서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춘천시민 크라우드펀딩으로 완성된 '요선'. 개인적인 의의는.

▲최근 영화제작에 있어서 감독의 예술감보다는 제작사 견해가 과하게 반영된다. 예술적 순수성보다는 흥행 예상도에 좌우된다. 내가 좋아하고 궁금한 사람의 하루를 영화 감각으로 담는 것을 토대로 우리의 하루가 영화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모두와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큰 것 같다. 주변지인부터 시민, 춘천시, 강원지역 지자체 모두에게 감사하다.

-촬영기술 감독에서 독립영화 제작자로 접어들게 된 계기와 다큐 극영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제가 유학갈 당시 한국 영화는 현재 수준이 아니었다. 내적 잠재력이 크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저는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그러한 기술을 배워 국내에 도입해야겠다 생각했다. 한 8년 정도 할리우드 작품을 제작하면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이후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돌아왔다.

처음에는 제작팀만 만들어지면 제가 원래 의도하던 대로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그렇지 않더라. 150명 직원을 보유한 부사장의 직책이 주는 무게감이 있었기에 소니픽처스와 베니스창투에서 80억~90억원 투자를 받고 미국작가 스토리대로 만든 '헤븐리소드' 등 CG에만 매달렸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20년 CG 인생이 싫증나서 회사를 정리하고 돌연 미얀마 여행을 갔는데 그 곳에서 일상 영상이 너무 재밌더라. 그 영상들을 본 다른 제작자의 제안으로 우연히 입문하게 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지금도 다큐가 아닌 극영화도 쓰지만 매번 SF물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우선은 영화 그 자체에 매달릴 수 있는 다큐에 집중하고 있다.

-촬영감독과 독립영화 연출자로서의 삶, 차이가 있다면.

▲감독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람이다. 투자 유치부터 시나리오, 연출 등 전반적인 것을 가다듬는 사람이다. 촬영감독은 기능적으로 감독이 생각하는 화면을 영화적 문법으로 창조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구분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둘을 분리하지 않는다. 직접 촬영하는 앵글이나 각도, 캐릭터의 심리적 공기들을 연결하는 모든 것이 연출이라 생각한다. 이번 '요선'에서는 제가 짠 다이내믹한 동선에 맞게 촬영감독이 최대한 역할을 해줬다. 감독 하나하나가 다양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해나갈 것 같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장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관객에게 전할 수 있는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상물이 바로 영화다. 현실자각 예술성과 스트레스 해소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인간 본연의 자극을 전할 수 있는 예술영화를 더 해보고 싶다.

-지난 9일 춘천 시사회에 이어 이달 말 서울 등 '요선' 시사회를 계획 중이다. 시사회 관객들에게 미리 한 마디 한다면.

▲우리 모두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다. 우리의 일상과 꿈이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떠올리며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스타배우들의 모습으로 일상을 표현하는 홍상수 감독과는 정반대로 일상 인물이 영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또 발상이나 접근, 촬영기법 등 독특함을 토대로 최근 영화제작 흐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사진=장권호 감독 페이스북 발췌>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유학기간을 포함해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예술가'이자 '한국적인 것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꿈을 본격적으로 이뤄나가게 됐다. 이제 다시 소년이 된 기분이다. 건강을 잘 유지해서 최소 1년에 한 편 정도는 찍고 싶다. 슈퍼히어로나 우주 등 큰 스케일의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아닌 즉흥적이면서도 영화 본연의 순기능을 부각시키는 미시적 시점의 영화를 거듭 선보이며 대중과 마주하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