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럽연합, 스마트폰 충전기 표준화 법 제안... '애플 아이폰' 겨냥

애플 아이폰13
애플 아이폰13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 통일을 법제화한다. USB-C 타입으로 규격을 일치시킨 여타 제조사와 달리 자체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아이폰에 고집해온 애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3일(현지시간) USB-C를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표준 방식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내년 중 법안을 확정하고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중반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C가 충전기 표준 통일을 법으로 강제하는 이유로는 환경보호가 손꼽힌다. 충전기 표준 통일로 매년 1만1000톤에 이르는 전자기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C에 따르면 유럽인은 최소 세 개 이상의 모바일 기기 충전기를 보유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38%는 기기와 호환되는 충전기를 찾지 못하는 불편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티에리 브레튼 EU 내수시장 담당위원은 “법안에 따라 EU 소비자는 모든 휴대형 전자기기에 단일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편의성을 제고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를 비롯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사용하는 대부분 모바일 기기는 USB-C 타입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모바일 주변기기 역시 과거 마이크로 5핀 단자에서 USB-C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반면 애플은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하고 있다. 최신 아이패드에는 일부 USB-C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 출시한 아이폰13 시리즈는 라이트닝 단자를 유지했다.

EU에서 충전방식 표준화 법이 시행되면 애플도 현지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USB-C 방식 적용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맥세이프 무선충전을 활용, 이어폰 단자에 이어 충전 단자까지 제거한 포트리스 디자인을 전격 채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