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보이스피싱, ICT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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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포스터
<영화 보이스 포스터>

“강미현씨, 한서준씨 아내분 되시죠?”

낯선 번호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 변호사라는 발신자는 남편의 실수로 건설현장의 인부가 안전사고를 당해 죽었다며, 남편이 범죄자가 되기 전에 합의금을 사무실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요청한다.

경황이 없던 아내는 남편과 통화가 되지않자 7000만원을 송금하고 만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작전에 성공했다며 환호한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람은 서준(변요한 분)네 가족 뿐 만이 아니다.

아파트 전세금부터 딸의 병원비까지 어렵게 살아가는 건설현장 노동자의 30억원이 한번에 털리자, 전직경찰인 서준은 복수를 위해 중국행을 결심한다.

어렵게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본거지에 접근한 서준은 스케일에 놀란다. 개인정보 수집과 기획, 환전, 인출, 대규모 콜센터를 갖춘 기업형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작전을 기획한다.

영화 보이스피싱 제작진은 꼼꼼한 현장 조사와 사례수집, 논문, 취재 등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력과 치밀함이 현실이라고 하니 두려움이 느껴진다.

기업형으로 진화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확산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과 피해건수는 각각 7000억원과 3만9713건을 기록했고, 피해금액 환급률은 약 48.5%에 그쳤다. 보이스피싱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 서민을 집중 겨냥하며 약자들의 설움을 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과 안내 등 사회적인 노력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지속된다.

보이스피싱의 출발 단계인 경찰, 검찰등으로 발신번호 변작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발신번호 변작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된 전화·문자 전달경로를 추적해 원 발신지를 확인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통신사는 교환기에서 착신된 음성전화 발신번호를 KISA의 변작번호DB와 대조해 이상이 탐지될 경우 차단하도록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등 금융사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 구축을 의무화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도록 했다.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등은 데이터를 공유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술을 응용해 보이스피싱을 사전 예측하거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녹음·합성 등 가짜음성을 탐지하는 기술을 국가연구개발(R&D) 과제로 개발 중이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통화가 수상하다는 알림만 줄 수 있어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지능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ICT의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개인 이용자의 경각심도 동시에 높아져야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