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5G 특화망 시대' B2B 시장 혁신 인프라 경쟁

기업이 저렴한 주파수 비용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자체 구축해 사용하는 '5G 특화망' 시대가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세종시에 5G 특화망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연내 5G 특화망 가동을 목표로 준비에 돌입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업이 무상에 가까운 가격에 4.7㎓와 28㎓ 5G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하고, 기업 환경에 적합하게 기술기준을 개정하는 등 파격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동통신사 이외에 다양한 기업이 5G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진입해 혁신 인프라 경쟁을 펼치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5G 특화망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업무 환경은 물론이고 스마트공장, 물류 등 5G 특화망 적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디지털 전환으로 전통산업을 혁신하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5G 특화망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자료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게티이미지뱅크

◇5G 특화망 주파수, 기업사용 목적으로 파격가에 공급

과기정통부는 특화망 전용 주파수로 4.7㎓ 대역 최대 100㎒ 폭, 28㎓ 대역 최대 600㎒ 폭을 공급한다. 기업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 주파수를 사용하거나 '자가망' 용도에 대해서는 신청만으로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파수 할당대가 부가 대상이 되고 자가망 용도로만 사용하면 사용료를 내지 않고 주파수 관리비용에 해당하는 세금 명목인 '전파사용료'만 납부하면 된다.

기간통신사업자는 5G 특화망 주파수로 통신망을 구축하고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회사가 해당된다. A 기업이 스마트공장 또는 사무실 내 무선환경 구축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기업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할당대가 부과 대상이 된다.

다만 할당대가는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5G 특화망 주파수 할당대가 기준금액은 4.7㎓ 대역의 경우 최소단위인 10㎒폭당 10만원, 28㎓ 대역은 최소단위인 50㎒폭당 5만원이다. 1개 대형 빌딩에 28㎓ 대역 5G 특화망을 구축하면 연간 60만원보다 적은 금액이 부과된다.

자가망은 기업이 외부에 서비스하지 않고 자체 용도로만 활용하는 주파수 이용방식이다. B 공장이 유선망 대신 5G 무선 주파수를 활용하면 자가망 용도로 5G 특화망 주파수를 전파사용료만 내고 무상 활용할 수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가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한전이 5G 특화망을 도입하면 이같은 인프라를 무선통신 기반으로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한국전력 관계자가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한전이 5G 특화망을 도입하면 이같은 인프라를 무선통신 기반으로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한전, 전력망을 5G 특화망으로 전면 대체 준비

5G 특화망은 기업이 이동통신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5G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파수 사용권과 통신사업허가를 제한적으로 개방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디지털전환을 위한 혁신 인프라로서 5G 특화망 가능성을 확인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 네트워크 디지털전환을 목표로 이미 5G 특화망 활용에 대한 내부 로드맵까지 수립했다. 한전은 변전소, 발전소, 물류센터, 스마트시티 등 통신망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 유선망을 5G 특화망으로 대체하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을 5G 특화망 기반 스마트캠퍼스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전은 그동안 전력선 등 에너지 인프라를 통신과 결합해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한전은 자체 인프라 연결을 위해 공공용 주파수 사용 신청 등을 지속했지만 주파수 사용권을 허가받은 기간통신사업자에 엄격하게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전파법 기준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5G 특화망 제도로 공공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무선 주파수와 5G 기술을 활용할 길이 열리게 되면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 5G 서비스 개념도
네이버 5G 서비스 개념도

◇네이버, 5G 특화망으로 스마트빌딩 구축

네이버는 성남시 제2사옥을 로봇, 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집약한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구축한다. 이에 따라 5G 특화망을 다양한 첨단기술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네이버랩스는 로봇 연구를 위해 허가받았던 5G 실험국을 현재 건축 중인 제2사옥으로 이전했다. 네이버랩스는 5G 통신망을 이용해 빌딩 단위의 자율주행로봇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하고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네이버랩스가 2년 전 선보인 세계 최초 '5G 브레인리스 로봇'은 5G 초저지연 성능을 활용한다. 배달, 결제 등 사옥 운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방침이다. 로봇은 컴퓨팅 성능을 최소화하고 클라우드 공간에서 AI 연산을 적용해 제어된다.

네이버는 제2사옥 완공 이후 임시주파수 대신 정식 5G 특화망 주파수를 로봇제어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는 빌딩내 5G 스마트로봇 서비스 모델을 선제 구축·실증하며,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세종텔레콤 등 SI·NI 분야 새로운 가능성

5G 특화망은 시스템통합(SI) 기업은 물론 이동통신사에도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SI는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오피스, 전국을 연결하는 내부 기업 서비스 망 구축 과정에서 유선통신 인프라 대신에 5G 무선망으로 대체하는 서비스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공장, 오피스 환경에서 5G 특화망을 구축하면 광케이블을 걷어내고 보다 유연한 설비 배치가 가능하다. 5G 모바일에지컴퓨팅(5G MEC)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해 인프라 성능도 높일 수 있다.

삼성SDS는 5G 특화망 사업 가능성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 SK C&C 등도 5G 특화망 활용 주요 후보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동통신사도 B2B에서 SI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이통사 상용 주파수와 5G 망이 아니더라도 특화망을 활용해 혁신 서비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독일은 이통사가 사업장에 5G 특화망 전용주파수로 망을 구축, 운영을 지원하고 서버 등 나머지 요소를 수요기업이 자체 구축하는 '무선액세스 공유모델'이 확립됐다. 도이치텔레콤은 BASF의 10㎢ 규모 생산시설 내 수천개 개별 생산라인을 커버할 수 있도록 5G 기술을 적용했다.

중견 기간통신사 세종텔레콤도 5G 특화망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세종텔레콤은 기존 제4 이동통신에 도전했지만 전국에 이통망을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과 이통시장의 과도한 경쟁 등이 제한 요소로 지목됐다. 5G 특화망은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수요를 충족하면서 안정적인 통신 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5G 특화망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여개 기업이 5G 특화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5G 특화망 서비스모델 진화 중

독일 등 해외시장에서는 다양한 5G 특화망 서비스 모델이 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일본은 선제적으로 5G 특화망에 대응했다. 일본 총무성은 28.2~28.3㎓ 대역을 2019년 12월 로컬 5G 용도로 분배한 데 이어, 4.6~4.8㎓ 대역과 28.3~29.1㎓ 대역을 지난해 12월 추가 분배했다. NTT 그룹, NEC, 도쿄대학 등 23개 기관이 로컬 5G 면허를 취득, 구축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1.8㎓, 2.3㎓, 3.8~4.2㎓ 대역을 '공유주파수 대역'으로 지정, 5G 특화망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브리티시텔레콤(BT), 퀵라인 등 9개 사업자가 지역 면허를 발급 받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BT는 보쉬와 5G 스마트팩토리 실증을 시작했다. 각종 웨어러블기기,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을 제공하고 자율로봇을 활용해 제품과 재료를 운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5G 특화망, 성공 관건은

5G 특화망은 기업의 인프라 비용 절감과 혁신뿐만 아니라 국산 중계기 업체 등 네트워크 장비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통신장비 시장의 두 가지 키워드는 5G 네트워크 고도화와 '5G특화망(Local 5G)'이 될 것”이라며 “쏠리드와 같이 중계기 등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기업에는 매우 고무적인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5G 특화망 가동을 위한 핵심 자원인 주파수는 해외와 비교해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는 5G 특화망 지원센터 등 정책 지원 인프라도 완비했다.

다만 기업이 5G 특화망 관련 기술을 안정적으로 적용하도록 관련 장비·단말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일은 과제다. 산업계 수요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협의체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5G 특화망을 활용한 인프라 혁신과 수익화에 매력을 느끼도록 성공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5G 특화망을 제대로 육성하면 서비스 자체는 물론 특화망을 기반으로 새로운 5G 단말과 장비, 소프트웨어(SW) 솔루션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 미래 먹거리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5G 특화망 주파수 현황

4.7GHz

[산업리포트] '5G 특화망 시대' B2B 시장 혁신 인프라 경쟁

28GHz

5G 특화망 주파수 (28GHz)
5G 특화망 주파수 (28GHz)

이동통신과 5G 특화망 비교

주요기업 5G 특화망 대응현황

[산업리포트] '5G 특화망 시대' B2B 시장 혁신 인프라 경쟁

[산업리포트] '5G 특화망 시대' B2B 시장 혁신 인프라 경쟁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