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용의 디지털 창(昌)]<9>디지털전환은 기회이자 생존전략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기업의 디지털전환이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전환이 성장 플러스 요소로 작용하는 수준을 넘어 생존 조건이라 할 정도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전환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비교했더니 3년 동안의 평균 매출액에서 20%, 당기 순이익에서 22%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 유통기업 라르두트는 디지털전환을 통해 파산 위기를 벗어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난 1928년부터 카탈로그를 사용해 의류와 가정용품 등을 원격 판매해 온 이 회사는 온라인 경쟁이 심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판매율이 매년 10% 감소하고 적자 규모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13년 단 1유로에 매각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을 인수한 새로운 경영진은 전통 유통 방식 대신 디지털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14번을 거쳐야 하는 물류 준비시스템을 4번으로, 배송 준비 기간도 이틀에서 2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시스템 등 차별화 서비스도 도입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파산 위험에서 벗어나 잘나가는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디지털전환이 가져온 결과였다.

국내도 디지털전환을 통해 성공스토리를 써 나가는 기업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배경으로 탄생한 네이버·카카오 같은 디지털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철강·조선 같은 전통 제조 기업이 그들이다. 포스코는 생산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시공하면서 발생하는 공기 지연, 공사비 증가, 안전사고 발생 등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서는 이차전지 제조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 이차전지 양극재 등 소재·부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약 25% 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해선 40∼50시간 걸리는 실험을 수백 번 반복해야 했다.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최적 공정을 도출함으로써 제품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가상 시운전 솔루션을 개발, 연료엔진 등 핵심 설비에 대한 성능 검증에 드는 비용을 약 30% 절감했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 기술이 우리 조선산업을 세계 최고 자리에 올려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전환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요소임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무역협회에서 국내 물류 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전환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이 18.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68%가 디지털전환에 대해 '계획 없음'으로 응답했다. 벤처기업의 53%가 디지털전환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전환은 단순히 매출을 몇 % 올리려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디지털전환을 소홀히 했다가는 경쟁 기업에 자리를 내주게 될 수도 있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경쟁 기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 개발에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경쟁력 차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전환이 업무 성과와 더불어 심리적인 만족도까지 높여 준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 고객에게는 높은 만족도는 물론 삶의 질까지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조업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경쟁력이 미래 경쟁력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디지털전환에 성공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변혁 시대이다. 그런 만큼 제조업의 강점을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디지털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환에 성공한 선진 기업에 제조업 강국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전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전환 효과와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공유와 홍보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 제조업 분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 기업이 디지털전환을 시도하기 쉽도록 바우처 제도 등 정책적 지원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디지털전환 시장은 규모가 2020년 4698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크다. 성장률 또한 16.5%로 추정될 정도로 발전 공산이 크다.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제조 도메인별로 디지털전환을 확대한다면 관련 전문기업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과 더불어 디지털 전문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전환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제조 강국의 경쟁력을 미래에도 이어 가기를 기대한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