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카오 쇄신, 생태계부터 보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 공식 사과했다. 국감 증인은 건강상의 이유나 해외 출장 등의 이유가 있을 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 참석하지 않거나 대리 출석할 수 있다. 김 의장도 지난 2017년에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의장이 직접 나선 것은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와 독점을 우려하는 여론 악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카카오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단단히 벼르고 있던 터였다.

김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금산분리 위반 지적을 받은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책임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자 지난달 스마트호출, 꽃 배달 중개 등 일부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카카오헤어, 스크린골프 등 일부 사업의 추가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플랫폼 갑질' 논란의 핵심은 심판이 선수까지 겸한다는 비판이다.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기반으로 '산업 포식자'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몇몇 업종에서는 이런 횡포를 고발하기도 했다.

카카오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추가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카카오헤어'는 소비자 편익이나 소상공인 사업 증대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도 강력한 시장지배 업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건전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 기업=문어발 확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하는 최근 풍조가 옳은지 이성적으로 한번 따져볼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창업주가 국감장에까지 불려 나와 사과한 마당이다. 카카오가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시 국민기업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이다. 입점 기업이나 이용자가 풍성해질 때 플랫폼도 살지고 윤택해진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쇄신은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향후 혁신 비즈니스도 생태계 유불리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비 온 뒤 더욱 단단해지는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