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액체수소 상용화 '제로보일오프' 기술 개발

수소기체 영하 253도로 냉각해 액체수소 생산
기화 손실없이 이송과 장기 보관 가능

액체수소 생산과 장기저장 기술을 개발한 하동우, 고락길 연구원(왼쪽부터)
액체수소 생산과 장기저장 기술을 개발한 하동우, 고락길 연구원(왼쪽부터)

'액체수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수소산업 활성화와 수소경제 구현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명성호)은 하동우·고락길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 연구팀이 액체수소를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제로보일오프'는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온도 변화로 기화되는 수소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기화되는 수소를 극저온 냉각방식으로 100% 재응축해 액체수소로 되돌린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40리터 액체수소를 만들고 2개월 이상을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전국 60여개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기체(가스)로 저장한다. 부피가 큰 수소가스를 고압으로 압축해 단단한 탱크나 트레일러를 이용, 이송·저장·공급하는 방식이다. 수소가스는 700배 정도로 압축하기 때문에 폭발 우려가 늘 제기돼 왔고, 이송과 장기 저장에 어려움이 많았다.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장기 저장할 수 있는 냉각기.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장기 저장할 수 있는 냉각기.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저온으로 냉각해 만든다. 부피가 기체수소보다 800배나 작기 때문에 보관 안전성은 물론 운송 효율도 7배 이상 높다.

하지만 액체수소를 만들려면 수소가스를 극저온(-253도)으로 냉각해야 하고, 증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기저장기술이 필요하다. 장기 저장이나 이송 과정에서 -253도 보다 조금이라도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 기화돼 흩어지기 때문이다.

제로보일오프 기술을 상용화하면 수소를 대량으로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충전소, 생산시설 등에서 수소 저장량은 늘리고 저장시설은 줄일 수 있다. 안정성이 높아 충전소 인근 주민 수용성 확보도 용이하다.

고락길 책임연구원은 “KERI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해 액체수소 생산 및 보관 난제를 해결했다”며 “정부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KERI는 관련 전문기업에 기술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경남도, 창원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수소모빌리티. 빌딩 연료전지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