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토종 OTT가 설 수 있는 양질의 환경을 조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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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미국을 포함한 83개 국가 넷플릭스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드라마 중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국내 콘텐츠가 세계로 유통되는 환경이 펼쳐지면서 한국 고유의 콘텐츠가 연관 산업의 급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한류 시대가 도래했다.

콘텐츠가 고위험 대표 상품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이 콘텐츠 가치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만큼 무형의 경험재로, 방송 콘텐츠의 태생적 한계를 일부 보전하고 지속 투자를 지탱하게 해 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4월 16일 발표한 '청산펀드 회수 현황 및 수익분석' 결과에 따르면 영상·공연·음반 수익 배수는 지난해 기준 1.4배 수준으로 다른 분야 대비 수익률이 낮다. 콘텐츠 제작 시 어떻게 리스크를 완화하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콘텐츠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다행인 점은 토종 OTT 생태계 성장 가속화를 위해 최소규제 원칙을 강조하고 OTT 산업 진흥 기조를 확립하고자 한 정부의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마련 등 최근 몇 년간 적극적 정책 추진으로 최소규제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다. 또 OTT 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 예측 가능성도 일정 부분 제고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플랫폼과 OTT가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이 출현하고 있으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기반 역시 마련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자체 유료회원제인 네이버플러스 이용 시 티빙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동시에 티빙에 400억원을 투자했으며, 쿠팡·카카오 등도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OTT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OTT에 대한 최소규제 기조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한 투자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TV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3000억원, 웨이브는 콘텐츠에 2025년까지 1조원, CJ ENM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해 2023년까지 400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 OTT 산업 진흥 기조와 OTT 시장 격동성에도 국내 토종 OTT 생태계 성장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정책방안 추진이 지체되면서 국내 OTT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세액 공제 등 지원을 위해 OTT를 새로운 유형의 부가통신으로 분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통해 OTT에 대해 최소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OTT 산업에 대한 진흥 기조를 확립하려는 정부와 시장 노력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은 분명 우리나라가 글로벌 OTT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토종 OTT가 글로벌 OTT와 자본력 격차를 일부 극복할 수 있도록 우호적 지원과 동시에 토종 OTT로 하여금 국내 중소 제작사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동반 성장을 유도할 최선의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매체 간이나 사업자 간, 심지어 글로벌 사업자 간 미디어 전쟁 상황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승리할 상황을 갖춰 놓고 쉽게 승리한다'는 말이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미디어 전쟁에서 우리나라 토종 OTT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겠지만 그만한 환경과 토양이 제도적으로 조속히 조성돼야 할 것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jkwlee@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