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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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수행한 실험 논문에 자신의 딸과 딸 친구를 공저자로 등재하고 동료 교수에게 교신저자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서울대 교수와 미성년 공저자 논문의 연구 부정 검증이 22건이나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대한 연구 부정에도 서울대 징계는 '경고' 등에 그쳤다.

[기자수첩]서울대의 책임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국감에서 연구윤리위반에 따른 교원 징계 시효가 3년이어서 징계가 불가하고, 내릴 수 있는 처분은 '경고'라고 답변했다. 오 총장은 국회와 교육부에 징계 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많은 의원이 국감에서 서울대 질타만 하지는 않았다. 서울대를 향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대 교육과정이나 교육철학이 다른 대학에도 전파될 공산이 높아 공교육회복, 인공지능(AI) 교육이나 사회공정성 확보와 사회통합 활동에 앞장서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올해는 서울대가 국립대법인 전환 10주년이 된 해다. 서울대는 지난 6월 발간한 서울대 법인화 10주년 백서에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 문제를 여전히 겪고 있다고 정리했다. 거꾸로 말하면 국립대와 사립대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으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대를 향한 정치권의 강력한 질타와 요청은 서울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교육부 종합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타 대학의 연구 부정이나 채용 비리 문제가 국감에서 강도 높게 지적됐다. 고등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서울대가 대학 전체에 연구 부정이나 입시 위주 교육의 개선을 위해 앞장설 필요가 있다. 오 총장의 국감 답변대로 서울대가 이번 대학교수와 미성년자의 공저자 논문 연구 부정이 많이 드러난 것은 타 대학 대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철저하게 파헤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대는 자타공인 우리나라 대학의 정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앞장선 많은 리더를 배출했다. 이제 사회는 또 다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오 총장은 지난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을 향해 “진리와 정의, 공정과 형평을 추구하는 노력을 쉼 없이 경주해 달라”면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따스한 사회를 만드는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가 대학 사회의 더 많은 문제 제기와 해결 노력에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