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 리스크는 '막말·실언'…"민주주의 후퇴로 연결돼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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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들 최대 리스크가 '본인의 입'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말과 설화가 이어질수록 유권자들이 공약에 대한 관심보다는 막말로만 이슈가 집중, 결국 민주주의 후퇴와 냉소주의로 연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등은 '실언·막말'을 두고 서로를 비판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좋은 규제'로서 '음식점 허가총량제'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라며 “(자영업 실패로)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다음날인 28일에는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를 '불나방'에 비유했다. 그는 “자유라고 정해놓고 마치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서 모여드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그런 일은 막아야 하는 것”이라며 “아무거나 선택해서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가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SNS에 “자영업자를 '불나방'에 빗댄 것은 이 후보가 평소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 후보 국민관은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에 빗댄 조국 전 장관의 그것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식 포퓰리즘 증오정치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 후보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조잡한 발상”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이재명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앞서 7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배우 김부선 씨와 관련된 스캔들 해명에 대해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백제가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지역감정 조장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지지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지지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야당 막말과 말실수 역시 이 후보 못지않다.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전문가 기용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사과했지만, SNS의 개사과 사진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후보는 29일 “당원들과 여론은 전두환 발언과 개사과 사진으로 (윤 후보에게) 급격히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윤 후보와 홍 후보는 양측의 '실언·망언 리스트'를 언론에 공개하며 이전투구에 나섰다. 홍 후보 측은 윤 후보 막말로 △일주일 120시간 근무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론을 통해 하라 △위장 당원 가입설 △전두환 대통령 등을 꼽았다.

윤 후보 측도 홍 후보 막말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 △윤희숙 의원의 대선 출마 소식에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등이다. 홍 후보는 지난 28일 열린 간담회에서 막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치 26년 하면서 막말 몇 번 했지만, 윤 후보는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26번이나 막말과 실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정치대개혁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정치대개혁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막말과 실언이 현 시대의 '감성주의'와 연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요즘에는 정치인들이 말을 자기 속 감정을 거의 여과 없이 분출하는 시대가 왔다”며 “과거에는 절제된 말, 준비된 말들이 훨씬 더 표를 잘 얻었지만, 현재는 '감성시대, 감성전략'으로 속시원한 말, 통쾌한 말이 더 표를 얻기 쉬운 시대가 왔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유권자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 시원시원한 말과 막말이 섞여서 혼재돼서 나오기 때문에 후보들이 구분을 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막말이 이어질수록 결국 민주주의 후퇴와 냉소주의가 팽배해지기 때문에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막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는 “매번 선거가 격렬해질수록 막말과 실언이 자주 나타나는데, 많은 연구를 통해 정치 혐오감과 정치 냉소주의로 연결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후보들의 이런 발언이 민주주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면,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고 누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후보인지 밝히는 선거가 이뤄져야 하는데, 결국 막말을 하면 정치 냉소주의로 이어져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며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