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과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조세를 위한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는 투자자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조세 유예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 등 정치권에서도 과세 시점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오는 3일 '가상자산 과세 현안 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다. 가상자산 과세 준비 현황과 과세 유예 필요성,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이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할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국회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는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시점부터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손익을 따져 이득분에 20% 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을 기본공제 후 분리 과세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정부 과세 정책에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침체 우려다. 과세 시행에 앞서 시장 전체에 가해질 충격과 투자자 피해에 대한 논의가 없고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공청회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과세 유예기간을 최소 1년 연장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글은 지난 31일까지 최종 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명확한 과세를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상자산 양도소득세를 매기려면 매입원가를 알아야 하는데, 거래소 간 이동이 빈번한 가상자산은 이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특히 외국 거래소에서 상장한 가상자산을 국내로 이동시킨 후 현금화하는 경우 납세자 자진신고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나 스테이킹 등 가상자산에 특화된 투자 과세 방안에 대해서도 혼란이 크다.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는 디파이의 특성상 원천징수를 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개인간 P2P 거래 수익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대체불가토큰(NFT)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문제도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유값을 부여한 디지털 자산이다. 비교적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NFT를 가상자산으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 확립된 견해가 없다. 경매 방식이기 때문에 시세를 조작하기 쉽고 코인으로 NFT를 매입할 경우 탈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NFT 과세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세는 명확한 원칙에 의해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지금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며 “당장 가수 BTS 굿즈에 대한 NFT가 발행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어도 한 푼도 과세할 수 없는 상황인데, 다른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하겠다면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시장 침체·원천징수 주체 모호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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