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약 없는 이상한 대선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전이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모두 정해졌다. 대권 주자는 앞으로 120여일 남은 투표일까지 민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시작한다. 내년 대선은 다른 선거보다 치열한 경쟁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은 박빙이고 유력 대선 후보의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도층과 무당층이 늘어나는 이상 징후도 뚜렷해졌다. 선거 전문가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 대선'이라고 예측한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에는 '미래'는 없고 '과거' 얘기만 있다. 여야 유력 후보가 자신과 연계된 의혹 사건으로 고발·입건되면서 자질 논쟁만 무성하다. 대장동과 고발 사주 의혹을 빼면 할 얘기가 별로 없을 정도다. 정책 대결보다는 비방과 설전만 오갈 뿐 코로나19 이후 새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는 대선을 지역 숙원·현안 사업을 해결할 기회로 여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업이라도 대선 공약에 반영되지 않으면 자체 예산으로 실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이미 각 정당과 대선 후보에게 제안할 주요 공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네거티브 난타전이 가열되면서 각 후보의 지역 공약을 놓고 진지하고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각 정당과 대선주자도 선거일이 4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이렇다 할 주요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5년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선거전이 계속된다면 유권자도 후보나 공약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는 퇴보하고 국가와 지역발전에는 마이너스다. 남은 선거기간 각 정당과 후보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자체도 공약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 반드시 대선 공약에 포함하려는 자세가 시급하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