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3개 기업으로 쪼갠다

일본 종합전자기업 도시바가 3대 사업별로 기업을 쪼갠다. 인프라, 디바이스,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각 분야를 3개사로 재편성해서 각각 상장을 추진한다. 일본 대기업이 회사를 완전히 분리해서 상장하는 첫 사례다. 현지에서는 산업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도시바가 회사 전체를 3개 사업별로 분할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수익구조나 성장전략이 서로 다른 사업군을 독립시켜 효율을 높이는 경영 전략으로 분석됐다. 재편한 기업을 2년 내 상장시키는 게 목표다. 도시바는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중기 경영계획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종합전자기업이 국가 인프라인 발전부터 소비자 가전까지 취급하며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면서 “도시바의 분할은 일본 산업계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도시바 그룹은 현재 △원자력, 화력 등 발전설비 △도로, 철도 등 교통시스템 △엘리베이터, 에어컨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반도체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인프라, 디바이스, 메모리 반도체에 각각 편성한다.

도시바 메모리
도시바 메모리

먼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도시바 전체 지분 가운데 약 40%를 출자한 키오시아(Kioxia) 홀딩스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디바이스에 포함시켜 2개사로 나눌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 분사 배경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거대 기업의 가치가 각 사업 가치를 합한 것보다 싸게 평가되는 점을 꼽았다. 거대 기업은 각 사업이 서로 손익을 보완할 수 있어 전체 실적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경영자원이 분산돼 자본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바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앞으로 수십년을 대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하지만 반도체에서는 단기간 시황에 따라 사업 방향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대규모 투자도 요구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개사 분사에 따라 각 사업에서 주주나 투자자가 한층 쉽게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주주가 희망하는 목표 주식에 상대적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어 매각을 비롯한 출구전략도 구상할 수 있다. 사업별로 외부 자금 조달, 인수합병(M&A), 사업 매각 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