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육상풍력 보급 확대에도 국산 터빈 채택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편의성과 성능, 가격 면에서 큰 이점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까지 우리나라에 누적 설치된 풍력발전소 가운데 외산 터빈 비중은 53.6%였다. 그러나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육상 풍력발전단지를 짓고 있거나 향후 건설 예정인 46개 발전소, 3.347GW 풍력 터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산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제조사와 모델을 공개한 24개 발전소 가운데 국산 제품은 20%(5개 발전소)에 그쳤고, 외산은 80%(19개 발전소)까지 늘었다.
풍력터빈은 전체 투자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안팎에 달한다. 국내 풍력발전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국산 채택이 시급하다. 그러나 유니슨과 두산중공업 등 풍력터빈은 주력인 발전용량 4㎿ 안팎 제품에서도 외산에 밀렸다.
국산 풍력터빈이 외면 받는 것은 채택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산 터빈 가격은 ㎿당 외산 대비 20% 이상 높게 형성돼 있으나, 설치 및 운영 경험은 적다. 풍력발전소 손익분기점 기간은 20년 이상인데, 그때까지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지 충분한 트랙 레코드(사업 실적)이 쌓이질 않았다.
기술력이 앞서는 것도 아니다. 통상 풍력터빈 발전효율은 로터(회전 부분) 직경에 좌우된다. 유니슨의 경우 주력인 4㎿ 규모 U151·U136 제품 로터 직경은 151m, 136m다. 에너콘, 베스타스, 지멘스 가메사, GE 등 외산 동급 제품 로터 직경 138~170m와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거나 뒤처진다. 특히 에너콘 제품은 주요 설비를 따로 떼내 운송한 후 현장에서 직접 조립 가능해 편의성까지 높다. 산악 지형 중심인 우리나라 육상풍력 입지 조건에도 설치가 유리하다.
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육상풍력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출이 필요하지만, 국산 터빈을 채택할 경우 대출도 어렵다”면서 “국산 터빈 신뢰도가 외산 대비 낮기 때문인데, 충분한 사업 실적이 쌓이기 전까지 외산에 밀리는 상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2050 탄소중립 본격화 등으로 풍력발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국산 기자재 보급 확대를 위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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