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 미 반도체 공장 결정 임박...파운드리 전쟁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4일 캐나다·미국 출장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도 임박했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결정을 위해 여러 미국 파트너를 만나기로 밝힌 만큼 이르면 출장 기간 내 공장 건설 계획을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이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차별 없는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데 이어 이 부회장까지 방미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확장 전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축과 테일러시 신공장 건설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이슈분석]삼성 미 반도체 공장 결정 임박...파운드리 전쟁 시작됐다

◇20조원 이상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최종 후보지는 어디?

지난 5월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1000억원)를 투자,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신규 파운드리 후보지와 시점이 언제가 될지 이목을 집중됐다. 삼성전자 투자 방향에 따라 국내외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TSMC와 인텔 또한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까지 가세하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 대전이 펼쳐진다.

후보지는 최소 5곳으로 지목됐다. 텍사스 주에서는 테일러와 오스틴이, 애리조나 주에서는 굿이어와 퀀크리크, 뉴욕 주 제네시카운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유력 후보지는 텍사스 테일러와 오스틴이다. 테일러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14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오스틴 증축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1996년 오스틴 공장 설립 후 꾸준히 인근 부지를 구입하고 있다. 그만큼 증설에 속도를 내기 유리하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 2월 오스틴 단수·단전으로 두 달가량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사례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테일러는 오스틴 공장과 거리가 약 60㎞로 근접성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테일러 시의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했다. 결의안에는 삼성전자가 사용할 토지에 처음 10년간 재산세 92.5%를 보조금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후 10년간은 90%를 그 후 10년은 85% 수준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와 테일러시 공장 건립 계약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후보지와의 인센티브 수준을 저울질해 부지를 최종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인근 소부장 생태계 수혜 전망

보통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면 인근 지역에 관련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도 함께 조성된다. 공장에 근접해야 신속한 제품 공급과 기술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구축 중인 평택 3공장(P3) 주변에 대규모 소부장 기업 단지가 형성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스틴과 테일러가 유력 후보지로 손꼽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미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가동 중인 오스틴에는 다양한 국내외 소부장 기업이 포진해있다. 특히 국내 장비 업계가 상당수 진출한 상황이다. 세메스, 원익IPS, 코미코, 피에스케이 등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후방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다.

테일러는 오스틴에서 차로 30분~1시간 내 도달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오스틴이든 테일러든 삼성전자를 후방 지원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부장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오스틴이나 테일러 모두 괜찮은 선택지”라면서 “다른 후보지보다 사업 진출이나 확장하는데 유리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일부 소부장 기업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지 선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신규 파운드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파운드리 공장에 들어갈 반도체 장비와 향후 가동에 따른 각종 소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지를 확정하는 순간부터 미국 법인 규모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부장 기업들은 오스틴이나 테일러시가 확정되면 오스틴 법인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실현 첫 단추되나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은 현지 고객을 유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미국에 세계 유수의 반도체 팹리스 회사가 포진한 만큼 고객 저변 확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확대는 회사가 목표로 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세계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까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